<사설>韓美行協 대폭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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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평등조약이라는 따가운 눈총속에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온 「주한(駐韓)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이 한.미 두나라 정부의 협상테이블에 오른다.이미 지난 7월 외교경로를 통해 개정작업착수에 합의한 바 있지만 이 문제의 거론을 꺼리던 미국 국방부에서도 고위관리가 공개적으로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27일 밝힘으로써 본격적인 논의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오는 11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회의를 앞두고나온 미 국방부측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다.우리측에서는 이번 안보회의에서 행정협정개정을 중요한 의제중의 하나로 준비하고 있었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논의에 응하겠다 는 신호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우리의 주권(主權)행사를 제약하는 불평등성 때문이다.그중에서도 항상 쟁점이 되는 부분은 주한 미군범죄에 대한 책임추궁 문제다.미군피의자의 신병확보에서부터 형사재판관할권 ,그에 따른우리 국민의 피해보상등 모두가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돼있다.어느 정도로 불평등한가는 미군범죄에 대한 재판권행사율이일본의 경우 한해에 32%인데 비해 우리는 평균 2%라는 데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고쳐야 할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노동3권 보장문제,미군이 사용하는 토지나 시설에관한 보상방안등 수두룩하다.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지난 91년 한-미행정협정이 24년만에 처음 개정될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들이다.결국 그때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하지 못해 최근 몇년동안 우리 국민의 반미(反美)감정을 증폭시킨 요인이 되었다.
한차례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행정협정은 한 세대전인 1966년 협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따라서 변화한 시대적 상황에 맞도록 고쳐야 한다.그것도 몇몇 조항이 아니라 시대정신이 반영되도록 전반적인 손질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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