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유해 찾기 어려운데 미군은 발굴의지 안 꺾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6·25전쟁 때 한강에 추락한 미군 전투기 잔해와 전사자 유해를 찾는 수중 탐사 작업이 20일 밤섬 인근에서 이뤄졌다. 한강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수중 탐사하기는 처음이다.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유해 발굴 작업은 미국 ‘합동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가 한강대교를 기준으로 서쪽 4, 8, 12㎞ 지점과 동쪽 10㎞ 지점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우리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의 지원을 받는다.

미군 측은 6·25전쟁 중 한강에 추락한 미군기를 모두 4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대는 1950년 9월께 밤섬 인근에서 추락한 미 해병 소속의 F-7F ‘타이거 캣’ 전투기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에 앞서 22일 미 해병대와 7사단이 현재의 한남대교와 행주대교, 당산철교 인근에서 한강을 건너기 위해 도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미 해병 항공대는 미군의 한강 도하를 돕기 위해 타이거 캣을 투입, 북한군을 공격하다 한강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락 당시 타이거 캣 전투기에는 조종사와 레이더 관제사 등 2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군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미군 수중탐사팀은 2척의 고무보트에 나눠 타고 사이드스캔 소나와 금속탐지기를 이용, 한강 밤섬과 당산철교 사이를 오가며 수면 8m 아래 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윌리 우즈 팀장은 이날 “아직까지 전투기로 추정되는 물체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전투기 잔해가 발견되면 수중유해발굴팀이 다시 와서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은 지난해 평택만 바다 속에서 6·25 당시 추락한 미군기를 찾아냈다”며 “한강에서 F-7F 전투기를 발견하면 내년에 해상 크레인을 투입해 둘 다 건져 낼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군은 태평양전쟁 때 남태평양 팔라우 섬에서 전사한 유해와 베트남전 때 전사한 유해를 최근 수중에서 3∼4차례 찾아낸 적이 있다”며 “수중 유해는 발굴이 매우 어렵지만 미군은 최신 장비를 동원해 발굴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6·25 때 한국에서 전사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한 미군은 모두 6100명으로 남한 지역에만 2000명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