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YS발언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7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 대해『법대로 처리하라고 했다』고 말함으로써 사법처리로 방향을 잡았다.당연히 여권내 정치적 절충 방식은 물 건너갔다.
金대통령의 기자회견이 盧씨의 사과발표문이 있기 전에 진행됐던것이어서 그 이후의 사태 진전과는 호흡이 맞지는 않는다.
그러나 盧씨의 사과발표가 있기전에 이미 金대통령은 盧씨를 사법처리하겠다는 결심이 굳어져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金대통령은 「법에 따른 철저한 조사」만을 강조했을 뿐『더 이상 묻지 말라』『해석은 붙이지 않겠다』고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정치적 절충가능성과 사법처리 여부를 묻자 『더 얘기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호놀룰루에서의 기자간담회 분위기나 金대통령의 다른 발언들,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사법조치로 이미 결심이 굳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다만 현직대통령 입장에서 전직대통령의사법처리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 으며 정치적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발언을조심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법에 따라 조사한다는 것은 법에 따라 조치한다는 것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은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실감케 하는 계기로 삼아주기바란다』고 간담회 중간과 말미에 걸쳐 두차례 강조했으며 군사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총리에게 두차례나 전화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내뜻을 보다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서였다』고 했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고도 했다.100억~200억원 수준도 아닌데 어떻게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측근들의 분위기다.
특히 盧씨 측에서 92년 대선자금 얘기를 흘린 것도 金대통령을 자극했다.金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리면서 확실한 태도표명을 미루고 있는 盧씨측의 자세에 대해 반감이 컸다.다행히 盧씨측에서스스로 먼저 발표문을 냄으로써 이 문제는 해결됐 다.
대통령 기자간담회는 盧씨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
비자금의 남은 부분을 빨리 공개하고 국가에 헌납하며 국민에게사과하고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그 다음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귀국후 金대통령의 해법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단 법대로 조치를 끝낸후에 金대통령이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적절한 사면등의 조치는 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일을 적당히 처리할 경우 현 정권의 도덕성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金대통령이거듭 문민정부의 도덕성과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어떤 기업이나개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1전도 안받겠다』고 계속 강 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