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신한銀 계좌 김옥숙씨 것"說 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비자금 파문의 실마리가 된 신한은행 차명계좌의 돈은 과연 노태우(盧泰愚)씨 본인의 비자금인가.
비자금파문이 확산되면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제의 돈이 사실은 부인 김옥숙(金玉淑)씨가 모아놓은 비자금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어 「진짜 돈주인」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김옥숙 비자금설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첫째 근거로 박계동(朴啓東)의원의 폭로직후 보인 노씨의 이해할수 없는 반응을 내세우고 있다.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의원의 폭로후 여권과 최측근 참모들이 은밀히 노씨에게 본인의 돈여부를 확인 했지만 노씨는 정말 자기 돈이 아닌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더구나 노씨가 초기에 명예훼손까지 거론하며 정부에 철저수사를요구하고 나선 강경분위기도 노씨 자신의 돈은 아닐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이 관계자는 『평소에 장부정리까지 하는 노 전대통령이 적은 돈도 아닌 300억원을 까맣 게 잊어버릴 사람이 아니다』며 『최측근 참모에게까지 정말 모른다고 했다면 진짜 돈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문을 감추지 않는다.
박의원의 폭로이전에도 노씨는 「4,000억원 비자금」에 대한최측근의 확인에 『나는 진짜 돈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20일 노씨의 강경한 반응직후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 연희동으로 헐레벌떡 달려와 『그게 우리 돈』이라고 말하자 노씨가급히 「검찰출두」를 지시한 점도 이같은 「개연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현재 여권에 있는 6공인사들은 『그 돈이 김옥숙씨의 비자금일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유복한 집안출신인 김씨가 유달리 이재(理財)에 관심이 많았고 남편과 재산관리도 별개였을 것』이라는 얘기다.노대통령 재임시절에도 각종 전별금은 「노씨 따로」「김씨 따로」주는 일이 많았고 액수 또한 김씨쪽이 후한 경우가 많았 다고 한다.
강창성(姜昌成)의원등 야당측에서도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금융가에서 「김옥숙 비자금」얘기가 떠돈지는 오래전』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이 돈이 김씨 것이라면 그 연결통로는 바로 이 전경호실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이실장은 재임당시 김씨의 생일이 되면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씨와 대기업회장 부인들간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측에서는 김씨의 제부(동생남편)인 금진호(琴震鎬)전상공장관에 대해서도 『비자금조성을 거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여권의 한 6공인사는 『금씨는 부인끼리 친자매였고 집도 청와대 코앞이어서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김씨가 문제가 되고 있는 신한은행 비자금의진짜 주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의계좌추적 결과를 주목케하고 있다.이 경우 비자금 파문은 노씨 자신은 물론 「친인척 비리」로 거세게 확산될 조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