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로프스키 국내 첫 작품전 꿈의 세계 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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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꿈과 환상의 세계를 그리는 미국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53)의 작품전이 국제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보로프스키는 지난 92년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에 설치한 거대한 조각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으로 주목받았던 작가로 미국.스위스등 많은 도시의 빌딩.공공장소에 그의 대형 조각이 설치돼 있다.지난 8월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세계 환 경조각전」에『노래하는 사람』으로 한국 관람객에게 첫선을 보인 바 있다.
개인전으로는 첫 한국 나들이로 조각.벽면드로잉.비디오작업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이번 전시는 다른 일반적인 작품전과는 달리 화랑밖에서부터 시작된다.화랑 옥상에서 팔을 휘저으며 경쾌하게 걸어 올라가고 있는 『걷는 여인』이 관람객을 맞는 것이다.
화랑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2층에 있는 전시장에 있다.이 방에 들어서면 네모난 나무판자에서 자기몸을 도려내려는 망치질을 쉬지않고 하고 있는 거대한 나 무인형이 전시장 한가운데 버티고 서있다.그 주위에는 자신의 형체를 만들다남은 것처럼 보이는 나뭇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아직 정리가덜 끝났나하는 의문이 들지만 널려진 나뭇조각들도 모두 작품의 일부.사람은 누구나 자기자신을 스스 로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작품 『망치질하는 사람』이다.
또 「꿈의 방」이라고 이름붙여진 1층의 방에는 작가가 벽면에직접 그린 드로잉 작업과 금박한 『달리는 사람』이 비디오작업과함께 선보이고 있다.모두 작가 개인의 꿈을 그린 것이지만 작가는 이 꿈이 그 누구의 꿈일 수도 있다고 말한 다.이처럼 보로프스키의 작품 대부분은 은유와 상징,혹은 꿈의 세계를 담고있다.그렇다고 관념적으로 어렵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철사줄로 숫자 0과 1의 모양을 반복한 작업.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을 사용해 알파벳을 만든다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정신(Spirit)』등 세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이외에도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 를 컴퓨터로인식시킨후 다시 재생한 『심장의 빛(Heart Light)』도인상적이다.보로프스키는 이처럼 하이테크놀로지와 전통적인 재료를모두 사용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작가가 중요시 하는 음과 양,전통과 현대등 대비되는 개 념을 대비되는 매체로 표현한것이다.이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계속된다.(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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