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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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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31년간 아프리카 콩고의 독재자였던 모부투 전 대통령의 정식 이름은 ‘모부투 세세 세코 쿠쿠 응벤두 와 자 반가’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불패의 전사’라는 뜻이다. 그런 그는 백성들의 저항이 두려워 콩고강에 호화 바지선을 띄워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이웃 르완다 대통령이 다급하게 구원병을 요청했다. 모부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도로는 만들지 말아야 해. 반군들이 그 도로로 오는 거야. 난 30년간 단 하나의 도로를 건설한 적이 없어.”

그는 외국 원조는 무조건 40%씩 떼내 자신이 차지했다. 1997년 쫓겨날 때 개인 재산만 60억 달러를 넘었다. 그가 세운 수도 킨샤사의 건물은 부실투성이다. 지난 2월 3일 발생한 규모 6.1의 지진에 45명이 죽고 수천 채의 가옥이 무너졌다. 벨기에 식민지 시절 세워진 건물만 멀쩡했다. 모부투가 자랑해 온 5층짜리 국회의사당조차 날림 공사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이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대신 35층 규모의 새 의사당 건물을 짓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퀘벡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교량 중 하나다. 퀘벡 시내는 물론 멀리 몬트리올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퀘벡교는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가장 긴 경간이 549m로 여전히 세계 최장의 철교다. 그러나 이 영광된 기록이 비극을 불렀다. 1907년과 1916년, 두 차례 붕괴 사고로 모두 88명이 숨진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뒤늦게 부실 공사를 인정하고 공사를 중지시켰다. 설계 당시보다 2.5배의 철근을 더 투입한 뒤에야 겨우 완공했다.

캐나다 건설협회 회원들은 무너진 퀘벡교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한다. 퀘벡교 붕괴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붕괴 이후 캐나다 업체들의 교량 기술과 시공 능력은 크게 발전했다. 97년에는 힘을 모아 길이 11㎞로 세계에서 가장 긴 컨페더레이션교를 완성했다.

최근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학교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았다. 6898곳의 학교가 붕괴됐고 1900여 명의 학생이 매몰됐다는 소식이다. 어린 학생들의 시신이 발굴될 때마다 “날림 공사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붕괴 현장에는 바닥 두께가 10㎝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콘크리트 조각에선 겨우 연필 굵기의 철근들만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부실 시공으로 밝혀지면 엄벌하겠다”고 약속했다. 10여 년 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겪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런 뜻에서 한국이나 중국 건설업체들이 캐나다를 본받았으면 싶다. 무너진 학교나 백화점 배지를 다는 운동부터 펼치면 어떨까.

이철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