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여행 씀씀이 왜 헤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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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관광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씀씀이가 1회1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한국인 여행자들의 씀씀이가 이렇게 헤픈 까닭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돈이 많아그런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 까닭의 첫째는 해외여행 내지 여행지에 관한 필요경비(經費)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나는데 있을 것이다.지출의 한계를 절도있는 예산으로 세운 다음 여행을 떠나야 현대인다운 깔끔한 여행을 할 수 있다.돈을 쓰 는 모습은 인품의 표출이기도 하다.
둘째는 한국인의 일반적 호기(豪氣)부리기다.호기는 자신의 무지와 열등감을 돈으로 감춰보자는,너무나 드러나기 쉬운 덮개일 경우가 많다.호기를 부리는 가운데 실현못할 약속,날조된 자랑과허세가 따른다.국내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박달나 무처럼 단단하던사람조차 해외에 나가서는 공연히 자신을 허풍선이로 만들어 남에게 보인대서야 실없기 짝이 없는 일이다.
셋째는 선물이다.선물을 사온다는 것은 필요한 것을 바가지만 안쓰고 사온다면 나무랄 것이 아닌 해외여행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그러나 도에 지니치면 역시 쓸데없는 호기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여행은 일상 국경선 안에 갇혀있음에서 한번 자신을 해방시켜보는 상쾌함,이국의 자연.사람.문물을 접하고 듣고 봄에서 섭취하는 지식,그리고 한국인의 사람됨과 의젓함을 다른데 가서 알리는 것,적어도 이 세가지를 달성해야 한다.돈도 아껴야겠지만 넋빠진 한국사람이 돼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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