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동백화점 헐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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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서울 강남의 흉물로 방치됐던 옛 영동백화점(나산백화점·사진)이 올 연말께 헐리고, 이 자리에 2011년께 지상 22층 높이의 업무용 빌딩이 들어설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는 업무용 빌딩 신축을 위해 이달 중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에 ‘시장’으로 돼 있는 영동백화점 부지의 용도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성환 강남구 도시관리팀장은 “지난해 법원경매에서 건물을 낙찰받은 미국계 투자회사인 엠케이에스개런티의 희망에 따라 주민 의견 청취와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백화점 대신 업무용 빌딩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착공 시기는 근처 지하철 신분당선 환승역사 공사가 마무리되는 연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동백화점이 있는 네거리는 2000년 7호선 강남구청역이 개통됐고 신분당선 환승역사까지 들어서는 교통의 요지. 그러나 건물 앞 도로가 왕복 4차로에 그쳐 대규모 백화점이 들어서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것이 구청 측의 판단이다. 다만 공공적 성격의 시장이 없어지는 만큼 공공 성격의 시설을 보완할 것을 건축주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건축주는 지하 2층 전층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동백화점은 영동고 재단인 영동학원이 1983년 3097㎡ 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지었다. 갤러리아백화점(85년 완공)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85년), 무역센터점(88년)이 생기기 전이어서 서울 강남 최초의 백화점이었다. 그러나 후발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93년 1월 폐업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잠시 위탁 경영했으나, 소유권이 나산그룹으로 넘어가면서 94년 나산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98년 건물 지하의 기둥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돼 구청 측이 폐쇄조치를 내리고 백화점 영업을 정지시켰다. 균열 원인이 당시 시작된 지하철 7호선 공사 때문인지, 백화점 건물 자체의 부실공사 때문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산그룹도 부도가 났고, 복잡한 소유권 문제 때문에 2003, 2007년 경매가 유찰됐다가 지난해 9월 엠케이에스개런티가 1005억8800만원에 사들였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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