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한국시장 열어야 OECD 門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은 이제 부자가 됐다는 것만으로는 「부자들의 클럽」에 가입하는데 충분치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
이 아시아의 호랑이는 1인당 소득이라는 기준에 따르면 당연히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야 마땅하다.
OECD의 자체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25개회원국의 중간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OECD가입심사위원들은 한국의 선진국클럽 가입허용이 국민소득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개방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한국측에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유력한 후보는 못된다.사실 홍재형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96년말까지 가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홍장관은 최근 한국이 여전히가입을 원하고 있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 드시 가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입자격문제는 김영삼정부가 빠져든 딜레마를 그대로 반영한다.
OECD가입은 김대통령이 추진하는 「세계화」정책의 대미(大尾)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OECD회원국들이 원하는 만큼 한국경제를 빠르게 개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한국관리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핫 머니」가 한국경제의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산업의보호조치를 없애면 야당의 공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멕시코는 OECD의 최소 필요조건만을 충족시킨 후 점차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가입이 허용됐다.
그러나 한국과 멕시코사이에는 한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멕시코가 OECD회원국후보로 나섰을 때는 클린턴행정부의 전폭적인지지를 받았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인 자유화조치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다른 OECD국가들은 한국에 대해서는 더 높은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최근 홍장관에게 미국은 한국의 가입을 지지하지만 한국이 특별한 예외조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관리들은 파리의 OECD사무국에서 열리는 가입협상때 자유화규약이나 대일(對日)수입금지조치.조세협약.노동문제등에 관한 몇가지 어려운 질문에 답하느라 땀깨나 흘릴 것이다.
OECD가입이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워싱턴의 한 한국외교관은 OECD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한국은 OECD가입을 별러온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헝가리등 중유럽의 4개국가에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만일 체코가 먼저 가입한다면 한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시티은행의 존 비먼은 『가입시기는 중요치 않다』며 『(개방과 규제완화는)속도보다는 내용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규제완화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일시적이나마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