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北美합의 1년-미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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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네바 북-미합의 1주년을 맞는 요즘 미국언론들이 북한핵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정부와 국민은 현재 내년도 대통령선거와 복지제도개혁,O J 심슨재판과 워싱턴 100만흑인대행진으로 인한 흑백인종문제등국내문제와,국제문제로는 보스니아사태등에 온신경을 쏟고 있다.
북한핵문제가 미국에서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국내의 커다란 이슈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핵이 미국에서는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현재로서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약속한 핵동결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국무부는 북한의 제네바합의 이행을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년 동안 「사소한」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콸라룸푸르회담을 통해 경수로공급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데 북한의 동의를 얻어냈으며▶현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 경수로공급협정 협상이 잘 진행중이 고▶사용핵연료봉 처리문제도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연락사무소 교환 개설도 시기만 남은 상태라 상당히 느긋한 자세다.
즉 미국의 최대관심사인 북한핵동결이 지속되는 한 미국이 북한핵을 두고 앞장서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자세다.
미국은 평양주재 연락사무소를 가능하면 조기에 개설하고 싶다는의사를 은연중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한국이 KEDO의 경수로공급에서 재정적으로 가장 큰 몫을 부담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국무부는 따라서연락사무소 개설시기만은 한국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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