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셴버그는 잭슨 폴록과도 흡사한 액션 페인팅의 붓질을 휘두르는 데서 출발, 일상적 이미지와 사물을 화면으로 끌어들인 작가다. 추상 표현주의에서 팝 아트로 이행하는 가교였던 셈이다. 그는 1950년대 신문과 잡지, 낡은 천 등 일상의 잡동사니와 물감을 두껍게 칠한 평면을 뒤섞은 ‘컴바인 페인팅’을 창시했다. 대표작 ‘침대’(1955)는 퀼트 장식이 누렇게 변한 자신의 침대보를 찢어 그 위에 물감을 짓이기듯 올린 것이다. “잠에서 깬 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침대보를 캔버스로 이용했다”는 일화로 화제를 뿌리며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97년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2005년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미술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해 온 라우셴버그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도 2006년 12월∼2007년 1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이 열렸다.
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