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 아트 거장 로버트 라우셴버그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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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 아트의 거장으로 꼽혀온 로버트 라우셴버그(사진)가 1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82세. 전속화랑인 뉴욕의 페이스윌덴스타인 갤러리는 14일 “라우셴버그가 플로리다의 캡티바 아일랜드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라우셴버그는 잭슨 폴록과도 흡사한 액션 페인팅의 붓질을 휘두르는 데서 출발, 일상적 이미지와 사물을 화면으로 끌어들인 작가다. 추상 표현주의에서 팝 아트로 이행하는 가교였던 셈이다. 그는 1950년대 신문과 잡지, 낡은 천 등 일상의 잡동사니와 물감을 두껍게 칠한 평면을 뒤섞은 ‘컴바인 페인팅’을 창시했다. 대표작 ‘침대’(1955)는 퀼트 장식이 누렇게 변한 자신의 침대보를 찢어 그 위에 물감을 짓이기듯 올린 것이다. “잠에서 깬 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침대보를 캔버스로 이용했다”는 일화로 화제를 뿌리며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97년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2005년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미술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해 온 라우셴버그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국내에서도 2006년 12월∼2007년 1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이 열렸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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