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통시대 끝난 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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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의 올해 국정감사가 전보다 많이 개선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진행된 것은 다행스럽다.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야가 격돌하고 극심한 폭로주의.인기주의 행태가 나오지 않을까 하던 당초의 걱정과는 달리 의원들이 정책감사에 치중하고, 대안제시에 주력함으로써 과거 국감(國監)의 폐단을 크게 씻었다.일방적 주장으로 행정기관을 몰아세우던 고압적 자세도 많이 사라졌고,야당은공격,여당은 방어라는 도식적(圖式的) 여야개념을 떠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도 평가할만했다.이번국감을 보면 한마디로 국감의 「호통시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번 국감에서 나타난 긍정적 요소들이 전반적인 의정(議政)활성화와 개선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지난 20일간의 국감에서 느낀 몇가지 점을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이번 국감을 돋보이게 한 의원들의 사전 자료조사와 연구및 대안제시노력은 유독 국감때만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이런노력은 의원들의 평소 의정활동에서 항상 요구되는 것이다.국감이란 「대목」이 아니더라도 의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의정활동을 해주기 바란다.
둘째,국감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한번 제기한 것으로 끝내지 말고, 국감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적.점검하고, 시정.개선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흔히 보면 해마다 같은 문제점지적이 되풀이되는데, 이제부터 그런 낭비를 되풀이해서는 안된 다.행정기관도 감사현장만 모면하면 그뿐이라는 식으로 사후조치엔 늘 소홀했었는데 이제부턴 그런 폐습도 사라져야 한다.의원들의 자세가 달라진데 부응해 행정부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셋째,예산심의와 밀린 법안심의로 가뜩이나 바쁜 정기국회에서 꼭 국감을 20일씩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이젠 검토할만하다고 생각한다.연중 수시로,문제가 있을 때마다 국정조사를 한다면굳이 정기국회에서 국감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 것이 더 능률적일 수도 있다.제도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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