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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쇼크, 상하이 증시만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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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플레이션 우려에 지진까지 겹치면서 중국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개장 초보다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13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6.74포인트(1.84%) 하락한 3560.24로 마감했다.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가 얼굴을 감싸안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하늘이 울리더니 이번엔 땅까지-. 중국 증시가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올 초 폭설과 미국 금융 위기로 휘청거린 뒤 겨우 회복 조짐을 보이자 이번엔 쓰촨(四川)성 대지진이 바지춤을 잡았다. 1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 넘게 급락 개장한 뒤 종일 오락가락하다 1.84% 떨어진 3560.24로 장을 마쳤다.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은 중국의 변방에 속하는 곳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9%, 제조업 생산의 2.5%를 담당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진앙지인 원촨(汶川)현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쓰촨성이 중국의 대표적 곡물·한약재·돼지 생산지 가운데 하나란 게 문제다. 가뜩이나 심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플레 악화 우려=중국 국가통계국은 12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해 전보다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식료품 값은 22.1% 올랐다. 68.3%나 뛴 돼지고기 값이 주범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당장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기존 16%에서 사상 최고인 16.5%로 올렸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 상승은 긴축정책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다. 덜 입고, 덜 놀 순 있어도 먹을 것을 줄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돼지 주요 산지에서 지진까지 터졌다. 한화증권 조용찬 중국팀장은 “일부 지역에선 하루 새 돼지고기 값이 60%나 올랐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물가를 강조하던 중국 정부 입장에선 성장을 돌아볼 여유가 더 없어진 셈이다. 당연히 증시엔 악재다.

세계 경제에도 좋을 리 없다. 연간 10%대의 고속 성장을 해 온 중국은 2006년까지 서구 선진국보다 물가상승률이 훨씬 낮았다. 그러나 2006년만 해도 1%대였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국·유럽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높은 원자재 가격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심각하지 않았던 건 중국이 싼값에 물건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 수출국으로 돌아선 만큼 앞으론 사정이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증시 ‘지진’은 없을 듯=메릴린치 홍콩의 이코노미스트인 팅 루는 “이번 지진이 중국의 수출·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올 초 폭설에 비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해 지역이 훨씬 좁고 쓰촨이 제조업 중심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증시가 이미 저점에 비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업종에 따라서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한화증권 조용찬 중국팀장은 “보상비를 많이 지급해야 하는 보험과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관광 업종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신·전력주도 일부 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에 악재”라고 덧붙였다. 반면 복구작업이 시작되면 철강·시멘트·제약주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항공·관광 업종은 해당 지역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일부 피해가 예상된다.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도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철강·금속 업종을, 대우증권 허재환 선임연구원은 건설장비 수출업을 수혜주로 꼽았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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