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고령임신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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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미경(36·서울시 중구 필동)씨는 요즘 구름 위에 뜬 기분이다. 첫째를 출산한 지 11년 만에 둘째가 섰기 때문이다. 그토록 안 생기던 아이를 보게된 건 6년 전부터 준비한 계획임신 덕분이다. 꼬박꼬박 엽산제를 복용하고 회식 자리에선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 감기에 걸리거나 머리가 아파도 꾹 참고 약을 먹지 않았다. TV 시청도 자제했다. 이제 임신 8개월째. 서씨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옛말이 실감난다.

"임신전 관리는 필수
엽산제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 예방"


건강 상태 미리 체크
  임신임을 확인하는 순간, 예비엄마들은 말과 행동은 물론 음식까지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임신하기까지의 준비단계, 즉 계획임신엔 소홀하기 십상이다. 계획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에게 위험한 행동이나 약물 복용을 막을 수 있어 엄마와 아기가 임신 기간 동안 편안한 환경 속에서 보낼 수 있다.
  산모의 건강 상태도 미리 체크할 수 있다. 한의사 강명자씨는 저서 『아기는 반드시 생깁니다』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질병이 있을 때 임신하면 아기 뿐만 아니라 엄마도 위험하다”며 “질병이 발견되면 치료를 하고,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며, 적절한 운동을 함으로써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아기가 생기면 행복한 마음보다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계획임신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아기를 갖고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35세 이상의 고령이라면 더욱 철저한 임신전 관리가 필요하다. 20대나 30대 초반의 젊은 임신부에 비해 염색체 기형이나 자연유산 빈도가 많아지고 자궁외임신이나 난산 가능성이 높아지며 임신 중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 임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다운증후군. 이는 지능 저하나 선천성 심장병 같은 질환을 보인다. 40세 임신부가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 확률은 30세 임신부보다 9배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동대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는 “계획임신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임신 초기 알코올·약물·흡연·방사선 등의 기형유발물질에 노출되는 위험을 3배 정도 낮출 수 있다”며 “아이를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은 반드시 3개월 전부터 신체를 건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루 0.8㎎으로 건강하게 
  기형아 출산의 예방은 엽산제 복용으로 가능하다. 엽산은 체내에서 유전물질인 DNA와 단백질 합성을 위해 필요한 RNA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태아 조직이나 적혈구·면역 세포처럼 재생하는 세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순천향대학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엽산을 적게 섭취할 경우, 핏속의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아져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국은 1992년부터 모든 가임 여성들에게 하루에 엽산 0.4㎎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엽산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1975건에 달하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엽산을 언제,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엽산은 시금치에서 처음 분리됐고 오렌지주스나 키위·생선·간·검은콩·아스파라거스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음식물 섭취로는 흡수율이 낮아 임산부가 일일 엽산 권장량 0.8㎎을 충족하려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최준식 교수는 “임신 3개월 전부터 임신 3개월 후까지 일정량의 엽산제를 매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이전에 기형아 출산의 경험이 있거나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여성은 하루에 4~5㎎을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사진제공= 관동의대 제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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