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한국현대사>47.70년 美상원서 경제지원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피의 대가를 노린 용병(傭兵)인가,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70년 2월24~26일까지 사흘동안 美상원 대외안보공약소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사이밍턴위원회」로 더 잘 알려진 이 소위 원회의 한국관계 청문록에는 당시 논쟁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위원회 소속 美의원들은 윌리엄 포터 주한美대사,윈드롭 브라운국무부 부차관보(前주한美대사),존 마이켈리스 유엔군사령관 등을출석시켜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베트남에 군대를 파견한다고 해놓고서 왜 미국에 그에 대한 경제 적 대가를 바라는지 그 이유를 따져물었다.
스튜어트 사이밍턴 위원장은 66년초 제4차 베트남파병문제로 한국측과 협상을 벌였던 브라운 前주한美대사에게 『당신은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돈을 받지 않았어도 파병협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졌다.이에 대해 브라운 前대사는 『그렇게는 생각지 않는다.한국이 대가를 원한 것은 파병에 관련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윌리엄 풀브라이트 의원은 『미국이 파월(派越)한국군의 급여를두배로 늘리지 않았어도 한국정부가 한국군을 파월했을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했다.이에 포터 주한美대사는 『한국정부가 지원능력이 있었다면 한국군을 파월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 답변했다.
풀브라이트 의원은 『한국정부나 한국국민이 파월 한국군은 용병이 아니라 국가적 명예 아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왜 그들의 급여를 배가시켜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재차 물었다.
이 질문에 마이켈리스 유엔군사령관은 『한국군 이등병의 월급은1달러60센트로 담배나 사소한 일용품을 살 정도의 푼돈밖에 안된다.어떤 형태로든 이들 병사에게 물품이 보급돼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파월 한국군의 용병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브라운 前대사는 그들에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뼈있는 발언을 했다.『한국정부나 한국국민은 한국군의 파월이그들에게 긍지와 만족감을 가져다 주고 한국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그 무엇으로 믿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