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인민무력부장 임명 의미-김정일 권력승계 不變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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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광(崔光)의 인민무력부장 임명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지난2월25일의 오진우(吳振宇)사망이후 직무대리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임명은 김정일(金正日)의 군권장악에 변화가 없음을 뜻하는 동시에 군사노선의 불변,대남정책의 지속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급격한 군세대 교체를 피했다는 점이다.군부내 권력서열상의 변동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군부지도자들의 세대교체가 자칫 권력과도기에 지도층의 내분을 불러올것을 우려해 안정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 인민무력부장은 예전에 총정치국장을 겸했으나 총참모장을 겸직하진 않았다.이로써 최광의 승격에 따라 군총참모장이 공석으로남게 됐다.또 총정치국장도 공석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번에 후속 보직인사를 단행하지는 않아 앞으로 군보직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김정일로서는 군주요보직의 겸직보다는 분리를 통해 균형을 갖추는 게 유리하다고판단할 것이다.
현재 북한 군인사의 구조로 보아 공석이 된 총참모장은 차수(次帥)들 가운데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그럴 경우 인민무력부부부장 김광진(金光鎭)과 이번에 차수로 승진한 김영춘(金永春)이 일단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당군사부장인 이하일(李夏一)이 당쪽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작전통」으로 유명하던 점을 감안하면 그가 총참모장으로 전격적으로 자리를 옮길 여지도 남아있다.
이번 인사에서 앞으로 군부개편의「태풍의 눈」이 될지도 모를 오극렬(吳克烈)당작전부장(전 총참모장)의 군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총참모장직을 일단 비워 두는 게 만의 하나 오극렬의 군복귀를 위한 조치라면 어느 시점에선가 급격한 세대교 체가 이뤄질수도 있다.
김정일로서는 혁명 1세대도 필요하고 오극렬 같은 능력있는 측근의 활용도 요구되는데 현재로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없다.다만 현시점에선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번 인사에서는 빨치산 출신 원로인 최광.이을설(李乙雪)이 원수로 한 급 올라가고 나머지 백학림(白鶴林).김익현(金益鉉).조명록(趙明祿)등도 차수에 머물러 혁명 1세대 우대정책에변함이 없음을 보여줬다.
일단은 혁명 1세대를 존속시키고 2~3세대를 실무적으로 배치하는 노.장.청(老.長.靑)결합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것이다. 한편 이번 군인사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주 주요기관의 비공개회의를 잇따라 개최한 것으로 관측된다.최광은 당정치국원이기 때문에 그의 보직변경을 다루는 당정치국회의를 열어야 하며 원수.차수 승진문제는 당군사위원회와 조선국방위원회에서 다 뤄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보직 인사뿐 아니라 당.정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그 시기는 김정일의 권력승계 절차 일정과 맞물려있어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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