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트위스트 <2> 규칙보다 창조성이 중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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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19면

지난번 글의 말미에 “옷 입기를 즐기는 그들만의 애티튜드만 챙겨도 본전 생각은 안 날 테니까”라고 썼더니 몇몇 분이 한 다리 건너 야유를 전해왔다. 내용? 당연히 본전 생각이 나더라는 것.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 없이는 못 마신다고, 수트의 기초조차 떼지 못한 이들에겐 너무 앞선 제안이었다는 거다. 인정한다.

방정식 푸는 과정에 고등함수 문제를 던져준 꼴이니까.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영재를 육성하는 시대에 진도 좀 빨리 나가는 것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을까? 시즌별로 승급 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 바에야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심사숙고는 ‘볼거리’도 챙겨가면서 여유를 부려도 된다. 전술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은 미드필더보다 공간 패스를 즐기는 창조적인 미드필더가 더 매력적이지 않던가. 달리 말하면, 클래식 복식이라는 엄격한 기본 대형에 찔러 넣는 킬 패스가 바로 이탈리안 트위스트다. 시리즈는 계속된다.

1 리얼 버튼 홀 소매에 단추를 붙이는 게 아니라 일일이 단춧구멍을 만들어 열고 닫게 만든 리얼 버튼 홀은 맞춤 수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 이 황송한 디테일을 써먹지 않는 건 맞춤 수트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다. 손목 부분부터 한두 개 정도를 여는 게 보통이지만 여는 단추의 숫자와 위치에 대한 룰은 없다. 팔에 찬 팔찌는 구두 끈을 엮어 만든 것으로 ‘손목 위의 제왕은 시계 뿐!’이라는 관념을 보기 좋게 비튼다.

2 포켓 스퀘어 타이처럼 접는 방식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굳이 교과서만 파고들 필요는 없다. 내키는 대로 엇갈리게 접어 꽂아 두어도, 토끼 귀처럼 양쪽을 삐죽 세워도, 아예 포켓 스퀘어 대신 다른 아이템을 찔러 넣어도 아무도 타박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적인 패스가 골로 연결되는 법 아닌가.

3 라펠 재킷 라펠을 보면 단춧구멍이 하나 있는데 이를 ‘트라베타(Travetta)’라고 부른다. 특별한 날 꽃꽂이 용도로 쓰였던 이 장식적인 디테일을 스타일 가이들이 놓칠 리 만무하다. 원래 쓰임새대로 라펠 안쪽의 스티치를 이용해 꽃을 꽂아도 되고(바야흐로 5월!), 클립이나 배지, 브로치(‘CSI 뉴욕’의 맥 반장!)를 다는 것도 괜찮다. 다분히 여성적인 취향 같지만 수트와의 궁합에서 은근한 묘미를 안겨준다.


글쓴이 문일완씨는 국내 최초 30대 남자를 위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루엘 luel』의 편집장으로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링 룰에 대한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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