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얼음 없는 스케이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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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22도까지 올라간 8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광장엔 280㎡ 넓이의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었다. 일년 내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얼음 없는 스케이트장’이다. 특수 플라스틱 패널에 윤활제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을 발라 얼음 표면처럼 스케이트 날이 미끄러지도록 만들었다.

스케이트는 진짜 얼음판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쓰면 된다. 얼음 지치는 법도 다를 바 없어 발 뒤꿈치 방향으로 힘을 주면서 몸의 중심을 1시와 11시 방향으로 번갈아 이동하며 달리면 된다. 플라스틱 패널과 패널 사이 이음 부분을 지날 때 약간 덜컹거리는 느낌이 나지만 달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얼음 위를 지칠 때 나는 ‘사각사각’소리 대신 플라스틱 바닥을 밟을 때 ‘툭툭’소리가 나는 것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느낌을 준다.

이영희 마포구 문화체육과장은 “비가 온 뒤에는 젖은 표면에서 더 빠른 속도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고, 끈적임이 없으면서 옷이 더러워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얼음 없는 스케이트장’은 1999년부터 미국·중남미·중국 등에 100개 이상의 시설이 설치됐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라는 게 마포구의 설명이다. 1억5900만원의 구 예산이 투입돼 4월 한 달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하루 이용객 100명을 기준으로 8년간 패널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구는 또 얼음 정비차와 바닥 온도 유지에 필요한 전기료도 들지 않아 운영비는 일반 스케이트장의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장식에 참석한 피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박윤희(34)씨는 “넘어졌을 때 받는 충격이 얼음판보다 덜해 어린이 연습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앞으로 마포아트센터의 유아체능단과 구내 어린이집·초등학교와 연계해 스케이트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반인 이용은 이달 말부터 가능하다. 입장료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과 동일한 1000원 선에서 검토되고 있다.

최선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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