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익 부도로 본 건설업계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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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익의 부도사건이 여느 때보다 심각하게 주택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부도난 유원건설.무등건설등의 경우 부도원인이 미분양 아파트라기 보다는 대부분 무리한 사업확장과 과다한 설비투자등에 있었던데 비해 삼익의 경우 누적된 미분양 아파트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軌를 달리하고 있기 때 문이다.
따라서 오랜기간 미분양 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택업계로서는 이제 삼익의 부도를 결코 「남의 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지경이 됐다.
8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4만9천여가구로 지난해같은 기간(8만8천가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이는 겉으로 드러난 물량에 불과할뿐 신고누락분까지 합치면 20만가구가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구당 8천만원으로 잡으면 16조원의 자금이 잠겨있어 금융비용부담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도급순위 1백위권 업체들의 회사당 평균금융비용이 지난 90년 1백6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백91억원으로늘어났다.이는 아파트를 분양함으로써 들어오는 자금의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삼익도 1천1백여가구의 미분양아파트로 1천억여원이 물려있는데다 이로인해 사업조차 벌이지 못하고 있는 토지대금도 8백억원에이르러 결국 금융비용부담이 부도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의 경우 안그래도 제조업체에 비해 부채비율이 월등히 높은데다 은행대출도 까다로워 금리가 높은 사채시장에의 의존도가 어느 업종보다 높아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삼익의 부도는 한동안 잠잠하던 건설업계의 부도악몽을 되살리게하는 한편 주택건설 전문업체로의 파급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수요가 많은 수도권은 택지부족으로 사업이 부진한 반면 대부분의 사업이 지방에 몰려있는 주택업체들로서는 특별 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한 삼익처럼 부도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위기의식을 느낀 업체들은 이같은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양가 자율화 ▲미분양아파트 구입자에 대한 임대주택사업범위를 현재 5가구이상에서 2가구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업체들은 이를 당면과제로 내걸고 주택협회를 통해 꾸준히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구정환(具桓)이사는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미분양물량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주택전문 건설업체들의 부도사태는 잇따를 것』이라며 『따라서 이제는 민간 자체의 해결방안은 없고 정부의 특단조치가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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