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한국 수출 빨리 정상화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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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속히 정상화해야 합니다.”

스티븐 스미스(53·사진) 호주 외무장관은 7일 프레스센터에서 ‘한·호주-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재단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면 경쟁 관계인 호주산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산 수입 정상화를 촉구한 것은 한국 내 광우병 파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산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수입이 중단되기 전인 2003년만 해도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으나 시장에서 미국산이 사라진 뒤 급격히 늘어 2006년 76.4%를 장악했다.

그는 “한국 쇠고기 시장이 커져 수입물량도 함께 늘어나길 기대한다”며 “호주산 쇠고기는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생산과 검역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스미스 장관은 “호주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게 경제 분야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한·호주 민간부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양국이 FTA를 체결하면 한국은 앞으로 12년간 국내총생산(GDP)이 미화로 296억 달러(약 30조원) 더 늘고, 호주는 227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자원 외교에 적극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철광석 산지인 서호주 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호주 주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철광석은 지난해 17억 달러어치로 한국 철광석 수입의 6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서호주는 또 액화천연가스(LNG)의 산지로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 소비량의 1%를 밑도는 호주산 LNG 비중이 더 늘어나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호주에서 원유도 수입하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호주에서 들여온 원유는 23억 달러에 이른다. 호주에서 들여온 석탄은 15억 달러어치로 한국 석탄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스미스 장관은 “아시아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이 최근 한·미 동맹을 강화한 것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한·미 동맹을 축으로 중국이나 일본·호주 등 이웃나라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충고하고 “한국과 호주는 혈맹 관계인 만큼 더욱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실 내 삼촌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밝혔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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