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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주, 콧대 꺾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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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터넷 포털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NHN은 시장 예상치를 약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내고도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2% 빠졌다.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검색광고 분야의 성장률이 뚝 떨어진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이슈까지 겹쳐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다음·SK커뮤니케이션즈는 더 떨어졌다. 그간 대표적 성장산업으로 꼽히던 인터넷 포털 업종도 이제는 ‘레드 오션’에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성장의 ‘질’이 문제=NHN은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53억원과 1275억원에 달했다고 6일 공시했다. 각각 전 분기보다 7.9%, 9.2% 늘었다. 하지만 7일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검색광고 분야 매출이 6.2% 증가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검색광고 대행사인 오버추어와 재계약하면서 수익배분율을 오버추어에 다소 유리하게 재조정했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비주력 사업인 게임 부문이다. 겨울방학 등 계절적 특수로 매출이 16.7%나 늘었다. 비수기인 2분기에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종금증권·한국투자증권·CJ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는 NHN 목표주가를 24만~29만원으로 낮췄다. CJ투자증권은 아예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다. 이 증권사 심준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주력 사업인 검색 부문 실적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고 사행성 우려가 있는 고스톱·포커 등 게임 부문이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며 “성장의 질이 하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규제도 부담=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위에 의한 규제 이슈까지 부각되고 있다. 교보증권 홍지나 애널리스트는 “NHN은 매출액, 조회 수, 방문자 수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고 향후 각종 서비스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가 불가피해 영업에 일부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선 NHN에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은 부정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키움증권 장영수 애널리스트는 “현 정부가 과거 정부만큼 인터넷 포털에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포털 업종 전체에 대해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털도 이젠 미디어=인터넷 포털 업체도 이제는 미디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포털은 한정된 광고 시장을 놓고 신문·방송 등 다른 미디어와 경쟁하고 있다”며 “광고 시장이 국내총생산(GDP)과 연동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따라서 NHN이 게임 부문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경우 과거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게임주는 실적의 변동성이 크고 각종 규제도 있어 시장에서 검색 포털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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