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덕꾸러기 "국보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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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전 국보1호인 남대문의 기왓장이 떨어져 내렸다.문화재관리국 전문요원이 달려가고 소방차가 동원돼 수리를 마쳤다.기왓장 몇장이 떨어졌다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해서는 안된다.명색이 국보1호인 남대문 관리가 이렇듯 소홀해서야 첨성대.석 굴암은 어찌될 것이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이 때문에 문화재관리를위해 지역단체의 長이 관리책임을 맡고,문화재관리국이 개.보수와전문관리를 위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게끔 법제화돼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엄연히 관리의 책임을 져야 할 서울시 중구의회가 「남대문 관리업무이관 촉구결의문」을 채택해 남대문 관리를정부가 맡으라고 발뺌하고 있다.국보1호가 천덕꾸러기 처럼 이리밀리고 저리 내팽개쳐지는 형국이다.원래 문화재 란 1차적으로 지역주민의 긍지면서 나아가 국민적 문화재가 된다.거리의 근접성이나 관리의 현실성을 감안하면 지역단체가 문화재관리의 1차적 책임을 지는게 세계적 관례다.우리도 지금껏 법적으로나 관행으로그렇게 해왔다.지금껏 서울시가 맡 던 일을 중구청으로 명문화하니 덜컥 겁을 내어 우리는 할 수 없다고 손을 젓는 꼴이다.
지자체가 정식으로 가동된 지금 와서 귀찮고 위험한 일은 우리가 책임질 수 없다는 식의 발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지역이기주의의 대표적 사례다.국보1호를 자신의 지역에서 보호하고 관리한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자랑이다.전문인력이나 재정지원은 서울시나 정부보조로 보완하면 된다.기피하고 전가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아낄 일이다.
최근 유네스코 문화재보수전문가를 초청해 남대문.동대문.석굴암등지에 대한 안전점검을 마쳤다.그 전문가의 남대문진단은 이렇다.자동차통행이 너무 근접해 남대문 훼손이 심하고,통로가 없어 일반인의 남대문 접근이 어려운 점을 단점으로 지 적했다.자동차통행의 제한은 지자체가 할 일이고,통로를 내려면 문화재전문가와상의해 협조적으로 실시해봄직 하다.결국 문화재관리란 지역단체장이 관리책임을 지면서 정부의 전문인력과 유기적 협조를 통해 보호하고 관리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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