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나오는 정치권 저질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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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동안 자숙(自肅)기미가 보이던 정당 대변인간의 험구(險口)공방이 최근 재연되고 있다.4黨체제 출범후 4黨 대변인이 한자리에 모여 「말의 품위」를 다짐한 일도 있었건만 요즘 나오는 대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전보다 오히려 더 심해 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저께 어느 黨 대변인은 다른 정당 중진을 「삽살개」라고 지칭했고,또 어느 黨 대변인은 상대방을 「쇠가죽(牛皮)」이라고 비난했다.『돈냄새가 진동한다』『아둔하다』는 등 인신공격도 자주나온다.또 말에 재치를 부려 「아도(阿賭)재단」 이니 하는 신조어(新造語)를 등장시키기도 하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식의 극히 근거가 의심스러운 주장을 펴기도 한다.얼마 전에는 집권당 사무총장이 부총리를 원색적으로 욕하며 「사고칠 사람」이라고 한 일도 있었다.
우리는 정치권이 이런 저질 험구와 인신공격을 즉각 자제하기를촉구하면서 좀더 품위와 논리를 갖춘 말을 쓰도록 권고하고자 한다.우리 역시 자기 黨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기를 꺾자면 자극적인 말,재치있는 말을 애써 찾게되는필요성을 모르지 않는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욕설과 인신공격이정치언어가 돼서도 안되고,효과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국민도 처음엔 호기심이나 재미로 정치권의 독설이나 저질 언어에 반응을보일지 몰라도 그런 저질의 말 에서 금방 그 집단의 수준을 느끼게 되고 만다.
더욱이 가뜩이나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가 취약한 판에정치인들이 서로를 짐승이나 쇠가죽으로 몬다면 정치를 스스로 희화화(戱畵化)하고 정치인 자신들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밖에 안된다.나아가 국민의 일상적 언어생활과 다음세대의 교육에 미칠 악영향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저질발언.욕설.인신공격 따위는 정치인 스스로나 나라 전체에 해로움만 있지 득(得)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각 정당은선거를 앞두고 다투어 「새정치」와 개혁을 앞세우지만 스스로의 입조심부터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각당 지도부는 대변인들의 유치하고 저질적인 성명.논평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즉시 엄중히 문책할 필요가 있다.앞으로 선거가 가까워지고 정당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정치권의 말 수준이 더 내려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우리는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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