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과장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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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옛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브릭·BRIC)의 홈페이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논란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브릭은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브릭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달 30일 ‘광우병에 대한 논란, 과학적으로 논의해 보자’라는 토론방(http://gene.postech.ac.kr/bbs/zboard.php?id=note006)을 열었다. 토론방 관리자인 이강수 브릭 기획팀장은 “언론이나 포털·블로그, 일반인들 사이에서 광우병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인 양 쏟아져 나오고, 일반인은 그것을 맞다고 믿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센터 논의를 거쳐 근거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논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토론방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적인 논쟁으로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토론을 정치적 성향으로 몰고 가는 글에 대해 관리조치 한다’는 운영규칙을 내걸었다.

토론방을 연 이후 5일까지 게시된 글과 댓글을 합쳐 수천 건의 의견이 올려져 있다. 게시된 글의 상당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인지 ^광우병이 어떤 경로로 걸리는지 ^국내 광우병 연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회원 ‘idrl’은 “광우병 공포가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과장됐다”며 “소가 미국산이냐 한우냐가 발병 기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푸른돼’라는 회원은 ‘현직 의사의 소고(小考)’라는 글에서 “무지와 공포가 만연한 곳에는 선동이 끼어들 자리가 많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프리온이 화씨 600도(섭씨 315도)에도 견딘다는 인터넷 소문에 대해 ‘into’는 영국의 한 의학 저널을 인용해 “비정상 프리온은 섭씨 120도의 고열에서 견디고, 134~137에서도 3분 이상 버틴다”고 말했다.

미국 내 쇠고기 소비량도 변화가 없다는 글도 올랐다. ‘오마담’이라는 회원은 “미국 내 음식 문화의 변화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내 쇠고기 총소비량은 2002년 279억 파운드에서 지난해 281억 파운드로 약간 늘었다. 미국 내 총 쇠고기 생산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9%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2003년 1.9%로 급락했으나 지난해에는 5.5%로 늘어났다.

회원 ‘피카소’는 “일부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이 ‘아직 광우병은 원인도 잘 모른다. 쉽게 전염병처럼 될 수 있으며, 감기처럼 공중에 떠다니다 감염된다’는 내용으로 과장된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발병 메커니즘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프리온 외에 다른 요소가 관련돼 있는데 그것을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tap’이라는 회원은 “현재로서는 (광우병) 감염원으로 프리온이 제일 유력하지만 이것도 확실하지 않고 어떻게 체내로 이동해서 어떤 식의 과정을 거쳐 병을 일으키는지 불확실하다”며 “감염 확률이 낮은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규·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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