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 광우병으로 죽었다, 자극적 표현에 열광하는 10~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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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사회에 형성된 맹목적 애국주의를 확산시킨 핵심 매체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광풍(狂風)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 등은 “주목받기 위해 새롭고 강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인터넷 주류’ 10~20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배영(정보사회학) 숭실대 교수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그들은 ‘광우병 위험 요인이 있다’는 식의 평범한 표현에는 견디지 못하고, ‘울산에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드라마틱하고 강한 표현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남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독도를 포기했다’는 식의 ‘강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는 사이버 세계에서 실제로 큰 관심을 끈다. 여기에 희열을 느낀 ‘루머 생산자’는 더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안에 따라 영화 포스터가 패러디되고,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것도 ‘관심과 주목의 증폭’을 위해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심이지 객관적 근거나 사실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인터넷정치학회장 유석진(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젊은 층은 인터넷을 현실과 괴리된 ‘놀이터’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광우병에 대한 유언비어가 계속되면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며 “네티즌들은 ‘시끄럽게 하니까 반응을 보이네. 다음엔 뭐가 나오나 보자’는 식으로 즐긴다”고 지적했다.

김문조(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새롭고 강한 것을 추구하는 네티즌을 ‘멀티튜드(Multitude)’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멀티튜드는 이탈리아의 학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시한 개념으로 우매한 대중(매스)과 이성적인 시민(퍼블릭) 사이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네티즌은 이슈에 접하면서 대중보다는 관심이 많지만 상당히 감정적인 멀티튜드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인터넷이 합리적이고 건강한 여론 형성의 매체가 되기 위해선 감성이 아닌 이성을 앞세운 토론이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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