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의 ‘생각대로 하면 되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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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25면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꽃미남 후배 점점 늘어나면 연기로 승부하면 되고
스타라는 게 외로워질 때면 옛날 친구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멜로디. 영화배우 장동건의 콧노래에 절로 리듬을 맞춘다.
이른바 ‘되고 송’ 홍수다. 전염성도 있고 중독성도 강하다.
리듬을 맞추는 데는 운동선수가 빠질 수 없고 거기에 프로야구가 예외일 수 없다. 4월까지의 8개 구단 ‘되고 송’.
우선 잘나가는 SK, 인천팬 버전이다.
“지고 있으면, 엎으면 되고
연장전 가면 구원 올리면 되고
4번 타자가 아파 못 나오면 준비한 대타 내면 되고
1위라는 게 외로워질 때면 옛날 삼미 생각하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20승6패, 1위)

야생야사 롯데의 한 관중이 마이크를 잡는다.
“대호 못 치면, 민호 치면 되고
수근 못 뛰면 주찬이 뛰면 되고
로이스터가 마술 부릴 때면 뜨겁게 박수 치면 되고
가을야구가 그리워질 때면 다시 한 번 믿어 주면 되고
생각대로 보면 되고~.”
(14승10패, 2위)

이어 느긋한 한화 팬이 내 차례여? 하고 나선다.
“도루 없으면, 홈런 치면 되고
구원 못하면 기다려 주면 되고
개막 5연패 늦었다고 하면 양반 기질 생각하면 되고
새 얼굴 없다 걱정들 할 때면 힘센 태완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치면 되고~.”
(15승13패, 3위. 홈런 29개 1위)

그러자 요즘 부쩍 웃음이 많아진 삼성 선동열 감독이 마이크를 달란다.
“선발 못하면, 불펜 잘하면 되고
양심(梁沈) 없다면, 얼라들 치면 되고
지키는 야구 자꾸 줄어들면 초반에 점수 내면 되고
4번 구멍이 허전해질 때면 국민타자 생각하면 되고(승엽아!~)
생각대로 가면 되고~.”
(14승13패, 4위)

주위의 시선이 남다르다. 그래서 뭔가 달라 보인다. 우리 히어로즈 버전.
“연봉 깎으면, 깡으로 하면 되고,
목동 안 되면 제주도 가면 되고
트레이드 건 점점 늘어나면 현찰로 요구하면 되고
꼴찌 후보라 누가 놀릴 때면 그냥 담배 한 대 피우면 되고
생각대로 피우면 되고~.”
(12승15패, 5위)

스토브리그 말 많았던 두산, 오늘 좀 달려야겠단다.
“한 방 없다면, 달리면 되고
점수 안 되면 또 달리면 되고
육상부 도루 너무 늘어나면 종종 쉬어가며 뛰면 되고
두점 베어스 누가 뭐랄 때면 4할 현수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뛰면 되고~.”
(11승14패, 6위)

바둑을 비롯한 잡기의 고수, LG 김재박 감독의 차례다.
“순위 말하면 안 보면 되고
초조해 하면 두고 보면 되고
마무리 불쇼 계속 늘어나면 믿는 규민 계속 밀면 되고
초반 포석이 약해 보일 때면 여름 지나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두면 되고~.”
(12승16패, 7위)

맨 마지막 KIA 버전. 시작이 좀 서글픈가.
“가끔 이기면 웃으면 되고
순위표 주면 뒤집어 보면 되고
빅초이 한방 자꾸 안 나오면 뛰는 게 어디냐면 되고
해태 전통이 그리워질 때면 광주일고 후배 보면 되고 (축! 고교야구 우승!)
생각대로 잘 안 되고~.”
(8승19패, 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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