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자전거 타는 사회"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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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자동차 관련업계가 지난 14일부터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모터쇼의 개막연설에서헤르초크 독일 대통령이 운전자들에게 자전거나 대중교통 수단 이용을 권장하고 나서 자동차 업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환경보전의 중요성 면에서나 비용.인간다움의 면에서 보행과 자전거.대중교통 수단이 승용차 보다 훨씬 우수하다면서 자전거를예찬했다는 것이다.환경에 대한 독일사회의 관심수준이 어디까지 발전했는가를 보여주는 신선한 일화가 아닌가 싶다.
지난 3월부터 아침에 지하철 역까지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는데자전거를 이용함으로써 얻게되는 상큼함과 뿌듯함이 여간 크지 않다. 자전거는 유해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고 에너지 소비가 없는환경 교통수단이다.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낼 위험도 거의 없고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지 않는 인간적인 교통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의 장점은 알지만 이용여건의 부족문제를 지적한다.정비되지 않은 생활도로,높은 보도 턱,부족한 자전거 보관시설과 횡단보도,운전자들의 도로 독점의식과 횡포 같은 요소들이 자전거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
한마디로 자동차 위주 교통정책의 결과가 자전거 이용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순(趙淳) 서울시장이 공약한 사람위주의 교통행정을 펼치고 자동차보다 보행자나 장애인을 우선 생각한다면 곧바로 풀릴 문제다.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도 턱을 낮추고,전철역과 공공건물마다 보관시설을 갖추고,한 블록당 한개의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구조적 정비야말로 「생활속의자전거」를 만드는 요체일 것이다.나는 「여건이 갖춰진 이후부터」 자전거를 타자는 주장에 반대한다.지금도 조금만 의지를 가지고 아파트 단지내 도로나 이면도로,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용하면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생각있는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움직임은 시설 못지않게 중요한변수다.내 차가 있어도 환경을 생각해 대중교통 수단과 자전거를이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전거 이용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시스템 구축이라는 한 손과 자전거 타기 시민운동이라는 다른 한손이 맞잡을 때 자전거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돼 에너지 절약과 공해방지등에 큰 몫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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