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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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상운은 빙그레 미소를 떠올렸다.역시 여자는 순진하고 수동적이고 고분고분해야 맛이 나는 법이다.상운은 창조성이 강한 만큼 성욕도 강했다.성이란 곧 창조이기 때문이다.상운은 그동안 숱하게 여자들과 자봤지만 가장 자고싶지 않은 여자가 터프한 여자였다. 그네들은 몸매도 잘 빠지고 건강했지만 섹스를 하다 보면 때로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게 만든다.어느새 그들은 상운의 몸위로 올라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지그시 상운을 내려다보곤 하기 때문이다.상운이 같이 잔 여자들 중에는 채영이 가장 여자다운 여자였다.그래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지 모른다.상운은 그녀가 더이상 옷벗기를 완강히 거절하자 자기도 모르게 드러누웠다.그리고는 바지를 내리고 채영에게 부탁했다. 『나 좀 어떻게 해줘,너무 힘들어.』 채영은 고통스러워 하는 상운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상운의 손이 이끄는 대로 그의몸을 애무했다.그러나 상운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 곧 다시바지를 올리고 채영에게 덮쳐 들어갔다.그리고 그녀의 윗옷을 내리려 했으나 그녀는 부끄럽 다고 움츠리고는 완강히 몸을 열지 않았다.상운은 나도 보여주지 않았느냐 하면서 집요하게 조르자 결국 그녀는 한숨을 쉬며 크고 하얗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보여주었다.그러나 그날 그녀의 나머지 알몸을 보는데는 실패했다.그녀가 어디서 구했 는지 몸에 딱 끼이는 단단한 코르셋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후에는 그녀의 옷을 더 벗길만한 마땅한말도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실랑이 하다 보니 제풀에 꺾인 것은상운 쪽이었다.
일단 풀이 꺾이고 나면 성욕 또한 가라앉는 것이 남자들의 본성이다.그후 상운은 작전을 달리해 10여차례 시도 끝에 그녀를함락할 수 있었다.채영은 한번 허락한 것은 이미 그의 것인줄 알고 다시 방어하지 않았기에 상운이 나머지 것들 을 함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채영은 교묘히 상운의 기운이 빠진 다음에야 둘이 있는 것을 허락했지만 결국 수성(守城)을 포기하고 말았다.남자의 욕정을 당해낼 것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곧 그네들은 포르노를 방불케하는 진한 섹스로 이어졌지만 역시 나중에까지 인상적 으로 남는 것은 아쉬웠던 첫번째 순간이다.
포르노 장면은 떠오르지도,떠올려도 흥분되지 않는다.그래서 여자는 역시 처녀때가 좋은 것이다.채영은 상운이 노골적으로 멀리하기 전까지는 순진함과 신뢰를 잃지 않았다.그녀의 그런 모습은항상 상운을 흥분케 했다.
또 채영도 자기의 첫순결을 바친 상운을 목숨걸고 사랑했다.그러나 채영도 상운이 하도 괴롭히다 보니 차츰 사나워지기 시작해옛날같은 맛깔이 안났다.아마 그것도 상운이 그녀를 멀리한 이유중의 작은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덧 아른거리는 영상들이 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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