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초대시조-자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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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왁자지껄 쉰 음성이 자갈자갈 굴러다닌다 눈물 콧물 훔친,비린지폐 몇 장으로 아지매 꾸겨진 세상도 환히 물살처럼 펴 보인다. 허이 야! 땡그랑 땡,위판장 선소리에 떡 벌린 아가리들이 신새벽을 베어문다 청어빛 눈부신 아침이 푸득푸득 일어선다.
염분으로 피륙을 짠 한 생의 거친 이마팍 다 헤진 세월자락에곱던 청춘도 삭아 있고 어기찬 삶의 현장이 포장되어 나간다.
수면에 널린 실안개를 걷어내는 긴 뱃고동 마스트에 바람이 몰려와 간밤 취기를 떨치고 있다 동여맨 밧줄을 풀며 흰빛 갈매기가 날고 있다.
부산 공동어시장 자갈치에 가면 해풍에 밀려온 끈끈한 삶의 소금기가 짜릿하게 폐부에 와 닿는다.
애환의 세월자락 사이사이에 달빛같은 소금을 쳐 곱게 삭아내린청춘들. 더러는 어물전에 드러누운 노을도 살아서 튀는 고기비늘과 함께 신새벽으로 일어서고 그물에 걸려오는 붉디 붉은 햇덩이를 바라보게 한다.저 향수병(鄕愁病)같은 긴 뱃고동의 쉰 음성을 마스트에 깃발로 매달고 나는 바람이 된다.
헤쳐 가리라.세상의 거친 물살 속으로.새로운 바람이 돼 끼룩끼룩 갈매빛 울음과도 만나리라.詩를 써야지.바람이 불지않는 날에도…. 〈약력〉 ▲52년 삼천포 출생▲80년대 中央日報 지상시조백일장 多年 입상▲제9회 샘터시조상 장원▲84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조 우수작 당선▲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시조문학 천료▲저서:『초야의 노래』『우편실의 아침』▲현 재:남울산우체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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