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의 부자는 여전히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급속히 인기를 잃은 데에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내각이란 비판이 큰 몫을 했다. 내정자를 포함한 세 명의 각료와 한 명의 수석비서관을 물러나게 한 것은 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원래 투기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투기는 급격한 가격의 변화를 막아 시장을 안정시켜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투기란 돈을 잃을 위험은 크지만 성공했을 경우 이익도 큰 단기투자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문제가 된 부동산들은 투기가 아니다. 보유한 지 오랜 것이어서 ‘단기 차익’이라는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라고 해야 이치에 맞는다. 하지만 국민들은 재산증식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 모두 투기로 본다. 물론 농지를 구매할 자격을 얻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과태료 부과라는 행정처분의 대상이지 범죄는 아니다. 그런데도 일단 위법인 위장전입은 물론이고, 공직자가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부동산 투기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싸늘한 시선의 핵심은 ‘부자 집단’에 대한 사회 일반의 집단적·정서적 거부감이 아닌가 싶다.
요즘 다산 정약용의 시 ‘하일대주(夏日對酒)’의 한 구절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들만이 재상이 되고, 그들만이 판서와 감사가 되고, 그들만이 승지가 되고, 그들만이 헌관(憲官)이 되네.” 이런 시구가 다시 떠돌게 된 이유를 정부와 부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현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