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JP병문안 속뜻 對與공세 공조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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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일 아침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칩거중인 청구동 자택에 의외의 손님이 찾아왔다.바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이다.鄭실장은 이날 난(蘭)화분 한개를 들고 청구동을 찾았다.대문을 들어서는 그를 자민 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와 이긍규(李肯珪)비서실장이 맞았다.
鄭실장은 『우리 총재가 金총재에게 안부를 전하라 해서 왔다』고 밝혔다.그러자 김종필총재의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가 나와『지금 총재가 면도를 하지 않은 상태』라며 『와주 셔서 대단히고맙다』고 했다.鄭실장은 화분의 「기쾌유(祈快癒)」란 글씨를 가리키며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썼다』고 전했다.鄭실장은 10여분간 응접실에서 金부총재.李실장등과 환담을 나눈 뒤 돌아갔다.이렇듯 鄭실장의 청구동 방문은 의례 적인 병문안일 수 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鄭실장은 『별도의 친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DJ(김대중총재)가 측근을 보내 JP(김종필총재)에게 병문안을 한 것은 최근의 정국 상황과 연계시켜 보면이례적이다.
6.27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밀어주고 당겨주던 사이였다.
그러나 근래들어 두사람의 관계는 협력보다 경쟁쪽에 가깝게 됐다.DJ가 대통령제를 주창하고 보수노선을 천명하면서부터다.
때문에 정치권은 DJ가 이날 鄭실장을 청구동에 보낸 숨은 뜻이 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단순한 인사만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 DJ는 여권과 초긴장관계에 있다.창당대회에 즈음해 잇따라 터진 정치인 사정(司正)은 휘하의원의 구속사태로 이어졌을 정도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권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준비중인DJ로선 같은 야권인 JP의 지원이 절실할 수도 있다.당장 최낙도(崔洛道)의원의 석방결의안을 제출하면서 국민회의는 자민련의지원을 받았다.이날 鄭실장의 방문에는 전반적인 야권공 조에 대한 DJ의 기대가 실려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뿐만 아니다.총선만 생각할 때 아무래도 DJ입장에선 JP보다YS(金대통령)쪽에 주적(主敵)개념을 둘 수밖에 없다.수도권을장악해 원내1당을 목표로 하는 DJ에게 여권이 포화를 집중할 것은 불문가지다.
때문에 DJ 입장에서 JP와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득될게 없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비록 의례적인 것이지만 이처럼 鄭실장의 청구동 방문은 총선전까지 JP와는 최소한 「非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DJ의 희망이 실린 것이라 볼 수있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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