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큰손들 생각만큼 안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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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금융 위기로 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계속 내다 팔았지만 지분을 5% 이상 대량 보유한 회사는 생각만큼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 지분이 5% 넘는 상장사는 전체의 32%인 530개였다. 지난해 말보다 15곳(2.8%) 줄어든 규모다. 외국인이 갖고 있는 이들 상장사 주식(39억100만주)도 지난해 말보다 0.1%(500만 주)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외려 4300만 주 늘어 13억9800만 주가 됐다. 거래소 시장은 4800만 주 줄어든 25억300만 주였다.

이에 비해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10조6900억원(14.1%)이 줄어 64조8474억원이 됐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1897에서 3월 말 1704로 10%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만 놓고 보면 11조120억원(16.2%)이 줄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은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보유 주식 수가 늘어 평가금액이 지난해 말보다 3220억원(4.3%) 증가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는 목적은 단순 투자(58%)가 경영 참가(42%)보다 많았다.

5% 이상 주식을 가진 국내 상장사가 있는 외국인은 거래소 172명, 코스닥시장 211명으로 집계됐다. 거래소에서 대량 보유액이 가장 많은 외국 투자자는 미국의 ‘캐피털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 컴퍼니(CRMC)’로 삼성전자 등 13개 회사의 주식 9조1159억원어치를 보유했다. 코스닥에서는 하나로텔레콤 주주인 ‘AIF Ⅱ NT’가 1조142억원으로 1위였다. 국적별로는 두 시장을 합쳐 미국이 26조3990억원으로 1위였다. 이어 영국(6조4467억원), 네덜란드(5조1314억원) 순이었다.

경영 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대량 보유한 회사가 가장 많은 외국 투자자는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로 12개 상장사(거래소 5곳, 코스닥 7곳)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갖고 있었다.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는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가 10곳(거래소 8곳, 코스닥 2곳)으로 그 다음이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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