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입 美최고경영자 잦은 합병.잦은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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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번에 모셔온 신임 최고경영자(CEO)도 혹시 쭉정이는 아닐까.』 기업 인수 합병이 빈번한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경영진이물갈이된다.새 깃발을 들고 들어오는 신임 최고 경영자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그러나 오래지 않아 「별로」라는 불신으로바뀐다.그래서 주주들간에 불만이 늘고 있다고 근착 뉴 욕타임스紙는 전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의 전격적인 외부영입으로 취임한 일부 대기업 CEO들이 기대에 못미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진이 시원치 않으면 주가가 여지없이 곤두박질,주주들은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만 한다.
과거 주주들은 CEO선임에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회사사정에 정통한 내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채사장제도가 널리 퍼지면서 어느날 갑자기 CEO가 외부에서 날아온다.그는 회사사정에 밝지도 않다.주주들은 신임 CEO가 부임할 때마다 주가하락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CEO외부영입으로 주주들을 크게낙담시킨 최근의 대표적 사례가 美굴지의 전기업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社다.지난 93년 6월 당시 이 회사 이사회는 美유수의맥킨지社 경영자문이자 펩시콜라의 임원이었던 마이클 H 조던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회사의 고질병에 대한 과감한 수술을 기대했던 증시에서는 뚜렷한 개성이 없는 조던의 임명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그의임명사실이 공표된이래 S&P 500 주가지수는 25%나 뛰어 올랐지만 웨스팅 하우스주가는 15%나 곤두박질했 던 것.
살로먼 브러더스 증권사도 CEO를 잘못 선임해 곤욕을 치르고있는 회사다.살로먼 브러더스 이사회는 91년 재무부 채권의 담합 입찰 스캔들을 수습하면서 데릭 모건과 로버트 덴햄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그러나 살로먼 브러더스는 모건회장과 덴햄사장 취임후 최고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깊어져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을 정도다.일부에선 이처럼 CEO외부영입에 과민 반응하는 주주들의 태도에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스탠퍼드大 로스 쿨의 조셉 그런피스트교수는 『CEO를 새로 정하는데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일』이라며 『누가 결정해도 이러한 위험감수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다.
〈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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