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엔이 정한 물의 날이다. 12회째 맞는 이번 물의 날과 관련한 세계적인 이슈는 '물과 재해'다. 물과 관련된 재해는 가뭄.홍수뿐 아니라 물의 오염으로 인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며, 피해의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재작년 태풍 루사는 6조원, 지난해의 매미는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했다. 또 최근 괴질이 발생한 경남 창녕군 신구리 마을의 경우 수질이 나쁜 간이상수도가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광역상수도 보급률은 53%이며,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상수도를 사용하는 가구가 36%다. 주로 농어촌 지역인 11%는 간이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간이상수도는 축사나 농약 사용 등에 따른 오염으로 인해 수질기준의 확보가 극히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홍수.가뭄.수질오염 등을 극복하기 위한 물 관련 투자는 다른 사회간접시설 투자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우선 홍수를 막기 위한 하천 개.보수 투자는 2002년 기준으로 도로투자액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광역상수도 보급을 위한 다목적댐 투자 현황은 이보다도 열악해 도로 투자의 6%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는 용수 수급과 관련해 2006년에는 1억t, 2011년에는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물부족은 수도요금 현실화와 노후수도관 교체 등이 이뤄졌을 때를 감안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그런 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정부는 최근 10년 가까이 단 한개의 중소규모 댐조차 짓지 못했다. 물 부족이 생겨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앞으로 20년 이내 기후변화로 인해 물이 가장 심각한 자원전쟁의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의 날을 맞아 정부가 기상이변과 물의 에너지 자원화에 대비해 국민이 안심할 만한 물 관련 대책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