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천연 건강식품은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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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는 흔히 천연(natural)과 안전(safe)을 동일시한다.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유사건강식품(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효능·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제품)에까지 막연한 신뢰를 보낸다.

과연 그럴까? 대답은 ‘No’다. 근거를 몇가지 들어 보겠다. 불안·초조에 주로 사용하는 카바 추출물은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철분은 노화·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과다 섭취하면 암·심장 발작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노인용 영양제에 철분 성분을 제외시킨 것은 이래서다.

‘약방의 감초’도 뿌리를 장기간 다량 섭취하면 두통·피로·혈압 상승·심장 기능 이상을 유발한다. 감염성 질환 예방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세균·효모)가 췌장염 환자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중증 췌장염 환자 298명을 섭취 그룹과 대조 그룹으로 나눈 뒤 28일간 하루 2차례씩 각각 프로바이오틱스(유익한 세균)와 플라시보(가짜약)를 먹였다. 이 연구에서 섭취 그룹은 31%가 중환자실에 옮겨졌고(대조 그룹 24%) 사망자도 대조 그룹보다 두 배나 많았다(『랜싯』지 2008년 2월).

‘돈 내고 건강 해치는’ 이런 억울한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우울감을 덜어주는 허브인 성요한초(草)와 우울증약인 프로작을 동시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함께 먹으면 두통·흥분·짜증을 일으킨다. 혈류를 개선시킨다는 은행·인삼·캐모마일·마늘 등과 피를 묽게 하는 약인 쿠마딘·아스피린을 함께 먹는 것도 안 된다. 부작용으로 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수면 효과가 있는 서양쥐오줌풀·카바카바와 진정제인 아티반·자낙스도 궁합이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둘째, 의사에게 섭취 사실을 알린다. 특히 임신부·수유부는 반드시 통보한다.고혈압·갑상선 질환·우울증·전립선 비대증·당뇨병·심장병·간질·파킨슨병 환자도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한다. 그래야 의사는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 관계 등을 고려해 올바른 처방전을 쓸 수 있다. 당신이 임신부라고 밝히면 의사는 인삼·차전자피·가새풀·크롬은 처방하지 않을 것이다. 비타민 A·B6·B12·C·E·K·나이아신·엽산·칼슘·마그네슘·아연·철분 등 영양 성분도 일부 처방약과 함께 복용하면 해로울 수 있다.

셋째, 적량(適量)을 복용한다. 최근엔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C도 적당량 먹으면 유해산소를 없애주지만 지나치게 고용량이면 유해산소를 다량 생성한다. 칼슘의 과다 섭취는 변비·우울·결석을 부른다. 오메가-3 지방의 고용량 섭취는 콜레스테롤·혈당을 높인다. 생강의 섭취 과다는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

최근 식의약청은 『건강기능식품 바르게 선택하는 법』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했다. 이 책에 실린 내용 중 “▶건강기능식품 마크나 문구를 확인해라(유사건강식품과의 식별을 위해) ▶유통 기한을 살펴라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오인하지 말라” 등 세가지는 앞에서 거론한 세 가지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구입 때 필히 참고하길 바란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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