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北 수해복구지원 의미-정부차원 최초에 상징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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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정부가 북한의 수해피해복구를 위해 2만5천달러를 지원키로한 것은 북한정권 탄생이후 美정부차원의 최초 지원이라는 점에서지원규모가 미미할지라도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다.美국무부가 이번 지원을 유엔등 국제기구나 민간봉사기관을 통 해 하겠다고 밝혀 전달방식이 우회적이고 지원규모가 작다는 게 문제이나 미국정부가 직접 돈을 낸다는데 의미가 있다.
美정부는 북한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고 11일부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 경수로협상을 재개하는등의 최근 상황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정부는 수교관계가 있는 나라의 경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현지 주재공관장의 판단에 따라 지원하는 것이 관례다.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수교관계가 없고 현재 美국내법상 적성국으로 분류돼북한과 교역이 금지되는 등 美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어왔다.
물론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차원의 구호물자의 경우 적성국 교역금지법 등의 법률적 제한에서 예외가 되기 때문에 과거에도 미국 민간기업이나 사회단체가 북한에 교역의 형태로 지원을 해온 사례는 있다.그나마 규모는 연간 수십만달러에 불과한 정도다. 이렇게 볼 때 美정부의 대북지원결정은 북한과 관계개선이 진행중이라는 상황을 고려한「전향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美정부는 北-美핵합의에 따라 지난 1월 북한에 대해 일부교역제한을 해제한 바 있는데 이번 조치는 그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점진적이나마 꾸준히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 는 것이다.
그밖에 미국의 이번 결정은 북한이 큰 피해를 봄으로써 불안정해지는 것을 예방하려는 의지를 가졌음을 보여준다.지난 89년 이래 계속되는 식량난.외화난.에너지난으로 북한에 갈수록 위기가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수재가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판단한데따른 것이다.
한편 이번 결정을 놓고 北-美관계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핵협정을 체결하고 점진적 관계개선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美정부는 그러나 북한과 관계개선의 속도를 인권이나 미사 일 수출등과연계한다는 입장도 동시에 표명해왔다.
美정부가 이번에 북한에 대한 지원을 발표하면서 대북지원이 양자관계 차원의 직접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 등을 통한 간접지원임을 분명히 한 것은 美정부가 당장 북한과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추진하지는 않을 입장임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지원규모가북한이 주장하는 피해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2만5천달러에 불과하다는 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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