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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내리고 이자 올려 은행 독과점 깨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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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28면

“은행들이 최고 3000원까지 받는 송금 수수료를 우리는 300원 밑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행 준비하는 키움증권 김봉수 사장

키움증권 김봉수(55·사진) 사장은 요즘 인터넷은행 설립 꿈에 잔뜩 부풀어 있다. 인터넷으로만 거래하는 키움증권을 국내 주식위탁거래 1위 증권사로 키워 ‘키움 신화’를 일군 그가 이제 국내 첫 인터넷은행을 향한 항해의 닻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하다. 인터넷 주식거래 시장에서 매매수수료 인하 경쟁이 갈수록 격화돼 후발 경쟁사들이 드디어 원가 이하의 낮은 수수료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레드 오션’이 돼 버린 인터넷증권 분야에선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만큼 인터넷은행이란 ‘블루 오션’을 향한 그의 집념은 더욱 커질 법하다.

김 사장은 “인터넷 금융에서 키움은 앞선 노하우를 구축했다”며 “정부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하면 가장 먼저 신청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이미 일본 등 앞서 온라인은행을 허용한 국가들에 연구팀을 보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때마침 금융위원회는 24일 청와대에 시중은행의 최소 자본금 요건(1000억원)을 낮춰 인터넷은행 설립을 쉽게 하는 국정과제를 보고했다. 김 사장은 “지금 은행들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공적자금 덕분에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독과점 체제의 단맛에 빠져 송금수수료 등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인터넷은행을 만들면 수수료를 최고 10분의 1까지도 낮출 자신이 있다”며 “지점을 두지 않는 데 따른 저비용 덕분에 예금이자도 훨씬 후하게 쳐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덩치를 잔뜩 키운 결과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국제 무대로 나가 당당히 경쟁해 돈을 벌어오라는 게 정부와 국민의 바람이었지만, 국내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은행 주식의 70∼80%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간 상태에서 은행의 독과점 구조는 국부 유출의 통로로까지 변질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 거래 고객들은 계좌의 안전성 때문에 인터넷거래 전문 은행을 꺼리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 사장은 “1000억원대의 충분한 자본금을 갖춰 은행업무 모두를 취급할 생각”이라며 “온라인으로 거래하면 불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증권 거래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초부터 정부에 인터넷은행 설립을 건의했지만 대면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금융실명제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며 “앞으로는 한 번만 어느 은행에서든 계좌를 개설하면서 공인인증서를 받아 놓으면 다른 어떤 금융사에서든 온라인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계의 경쟁자들은 키움의 ‘고객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안팎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항목이다. “대면 거래가 불가능한 온라인 금융사는 끊임없이 고객의 목소리를 좇아 불만과 불평을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우리가 창업 9년 만에 주식거래 9∼10%를 점하는 증권사로 발돋움한 것은 끊임없이 고객에게 묻고 그 내용을 영업에 반영한 결과”라고 김 사장은 자평했다.

최근 뜨거워진 주식거래 온라인 수수료 경쟁으로 화제를 돌려봤다. 증권가에선 지난 17일 하나대투증권이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0.015%로 내린 것을 시발로 동양종금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잇따라 수수료 인하에 뛰어들었다. 이는 그동안 업계 최저 수준이었던 키움증권의 0.025%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한마디로 제 살 깎아먹기다. 원가를 건질 수 있는 한계가 0.02%인데 0.015%는 누가 봐도 출혈 경쟁”이라고 했다. 키움도 과감한 수수료 인하로 시장 점유율 1위 증권사로 커졌는데, 이제 배가 불러 하는 소리가 아니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고객 입장에선 수수료 추가 인하가 분명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인정하고, “당장 우리 회사 고객들도 타사에 맞춰 더 내려 달라고 요구해 우리도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출혈 경쟁을 벌이면 금융 전문가 육성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결국 금융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경쟁 증권사들에 대해 “왜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은 그렇게 치열하게 벌이면서 펀드 수수료 내리기에는 인색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온라인 펀드몰에 더 싼 수수료의 좋은 펀드 상품을 내놓는 데 힘쓸 생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키움증권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대로 자산운용업을 겸영해 양질의 저(低)수수료 펀드들을 집중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 금융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해외 부동산투자 프로젝트에 손을 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대통령궁 옆의 재개발을, 몽골에선 칭기즈칸 호텔의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제 꿈이 더 커졌다”고 했다. 해외 진출이나 인터넷은행 얘기만이 아니다. 보다 치밀한 교육·직무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융 인재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다. 금융은 자본과 인프라를 기본으로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 싸움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해부터 증권사 돈벌이가 짭짤해졌다. 이럴 때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은행(IB)이고, 해외 개척이고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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