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거래세 인하에 9.3%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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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펀드의 반전이 시작됐나. 중국 정부의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중국 펀드 수익률도 일제히 반등했다. 중국 펀드는 아직 중국 증시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10월 말과 비교해선 30% 이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 반등으로 1개월 수익이 평균 23.3%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워낙 많이 떨어져 값이 싸진 데다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가 확인된 만큼 중국 증시에 강한 반등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근본 원인이 해결된 건 아니어서 올해 안에 지난해 고점을 회복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권거래세 인하=23일 저녁 중국 재정부는 0.3%이던 증권거래세를 0.1%로 낮춰 24일부터 적용했다.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에게 물려온 거래세 부담을 줄여줘 주식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유입돼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9.29% 올랐다. 2001년 10월 이후 6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과열된 지난해 5월 거래세를 0.1%에서 0.3%로 올려 2000억 위안(약 28조원)의 거래세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최고점(6124)을 찍은 후 줄곧 떨어져 반 토막이 나자 거래세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국무원(중앙 정부)도 전날 ‘증권사 감독·관리 조례’와 ‘증권사 위기 대처 조례’의 초안을 승인해 자본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앙재경대학 허창(賀强)교수는 “상장 국유기업의 비 유통주 대량 매각을 제한한 최근의 부양 조치에 이어 거래세를 인하함에 따라 정부가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화안(華安)펀드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이 상하이종합지수 3000을 만리장성 지키듯 사수하자는 구호가 나돌았다”며 “증시 당국도 시장 안정을 위해 지켜야 할 마지노선으로 3000을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는=국내에서 판매한 중국 펀드는 대부분 중국 상하이에 상장한 A주가 아니라 홍콩에 상장한 H주에 투자한다. 국내 중국 펀드 수익률도 상하이종합지수보다 홍콩 항셍지수와 더 연관이 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반 토막 났지만 중국 펀드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로 비교적 선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0일 바닥을 친 뒤 30% 넘게 먼저 반등했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의 강한 증시 부양책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함에 따라 항셍지수 오름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공산이 커졌다. 미래에셋 홍콩자산운용 리충 매니저는 “중국은 고속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주가가 반등할 때 펀드 수익률 회복도 그만큼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하는 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파트장은 “중국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지나친 기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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