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방위력 증강에 큰 도움 문제는 돈 … 비용 부담 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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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근무 연장과 가족 동반은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의 ‘숙원 사업’이었다. 1년짜리 단기 근무로는 안정적인 전력 운용이 어렵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머무는 것도 원칙적으로 불허해 한국이 미군 장병들의 ‘기피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미국 내 매파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근무 여건과 한반도 붙박이군의 성격을 문제 삼아 감축론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2004년 5월 당시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비무장지대의 주한미군은 인계철선 외엔 역할이 없는 데다 가족도 동반하지 않고 있어 한국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을 표명한 게 대표적이다.

국방부·외교부는 주한미군의 근무 연장, 가족 동반 추진을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이 문제는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근무 여건 개선에 따른 연합방위력 증강과 확고한 한국 방어 의지 측면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은 재정 부담을 필수적으로 동반해 누군가는 이를 떠맡아야 한다. 정부가 주한미군의 근무 연장 추진 움직임에 대해 언급을 삼가 온 이유다. 현재 주한미군 2만8500여 명 중 10%가량은 한국 내 동반 가족이 있다. 일본·독일은 75% 수준이다. 주한미군의 한국 내 동반 가족은 8000명 안팎으로 이 중 60%가 미 정부에서 임대료를 지원받거나 영내 숙소를 배정받아 쓰고 있다. 나머지 40%는 자비로 주거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주한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현재도 미 정부가 100% 지원을 못 하는 상황에서 가족 동반을 전면 허용한다면 그 속내에는 결국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벨 사령관은 지난달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가족용 주택과 학교·의료시설 등의 확충 비용 일부를 한국 정부가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평택기지에 만들어지는 330여 채(한국 부담), 890여 채(미국 부담)의 숙소는 현재의 주한미군 가족도 다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족 동반이 전면 허용되면 숙소는 물론 학교·병원·복지시설까지 늘려야 한다. 평택기지 관련 업무를 맡은 정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러저러한 비용을 다 따지면 최소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서 새 정부가 한·미 동맹 복원을 천명하자 미국이 한국의 기여 확대를 압박하며 청구서를 하나씩 꺼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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