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낙선작 모아도 작품이 되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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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 예술대전’ 낙선전 광경. 관객들은 “이런 전시 처음 봐”하며 웃고 속삭인다. [코리아나 미술관 제공]

‘춘계 예술대전’이라는 사뭇 고풍스러운 이름의 이 공모전은 독특하다. 창고인지 장터인지, 전시장은 정신없이 빽빽하다. 코리아나화장품서 운영하는 코리아나미술관의 개관 5주년 전시로 설치미술가 최정화(47)씨가 기획했다.

‘나이·성별·학력 불문’을 내걸고 올 초 5일간 작품을 접수했는데 4세부터 67세까지 377명이 1032점을 응모했다. 이 중에서 6명의 수상자를 선정, 전시실 깊은 곳에 질서정연하게 모셨다.

그러나 이 ‘살롱전’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전시장 1층 로비에 섞여 있는 천정원, 유쥬쥬 등 젊은 작가 10여 명의 설치(지명작가전)에서 잠시 방향을 잃고, 온 벽에 빼곡히 작품을 걸어둔 낙선전을 지나야 한다. 복사지에 크레용으로 동그라미 얼굴을 그린 아이 그림도, 미대 입시생이 그린 듯한 소묘도 서로 봐 달라고 아우성이다. 조명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의 작품도 잘 보라고 주최 측은 곳곳에 손전등을 걸어뒀다.

질보다 양으로 압도하는 낙선전을 보고 나면 “예술은 태생적으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것”(미술평론가 이주헌)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전시장을 헤매던 당신이 문득 ‘당선과 낙선의 차이가 뭘까’ 자문하고 있다면 기획자 최정화씨에게 제대로 ‘낚인’ 거다. 최씨는 “문화예술계는 항상 허기져 있다. 갤러리나 미술관은 사람을 참 주눅들게 한다. 우리는 너무 남들을 따라해 왔다. 이번에 아마추어들이 우리 문화의 허기를 채워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첫 개인전을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연출 최정화전’(2006)으로 대신했다. 일민미술관에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잡다하게 벌여 놓았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전시에 대해 “기성 미학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믿거나 말거나전’보다 낫다”고 자평했다. 전시는 6월 8일까지다. 02-547-9177.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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