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오바마, ‘얇아진’ 힐러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선거자금 문제를 놓고 막판 설전을 벌였다.

힐러리 측은 “오바마가 펜실베이니아에서 3배나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압승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으며 이기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가 앞으로 경선이 치러질 9개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려댈지 걱정된다”고도 했다. 힐러리는 또 “지난 10년 동안 오바마는 로비스트와 기업체에서 무려 200만 달러나 받았고 제약회사와 카지노 로비스트들을 선거참모로 쓰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측 캠프는 “로비스트로부터 한 푼도 안 받는 오바마와 달리 힐러리는 로비스트의 돈을 엄청나게 받았다”고 역공했다.

AP통신은 두 후보의 통장 잔고를 분석한 결과 오바마는 4200만 달러(약 420억원)인 반면 힐러리는 930만 달러에 불과한 데다 1030만 달러의 빚까지 진 상태라고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힐러리는 117만 달러를 폰뱅킹 회사에, 52만8000달러를 선거홍보회사에 각각 빚졌다. 가장 큰 부채는 힐러리 측 선거 캠프의 수석 전략가였던 마크 펜에게 진 것인데,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거자금 모금액에서도 오바마는 3월 중 3100만 달러를 거둬들여 힐러리의 2배를 넘었다. 덕분에 오바마는 지난 한 달간 선거자금으로 3060만 달러를 쓴 반면 힐러리는 2200만 달러에 그쳤다. 1~3월 중 모금 총액은 오바마가 1억3200만 달러, 힐러리가 6850만 달러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힐러리는 오바마보다 지지율 면에서 6∼10%포인트의 우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 조사에서 힐러리는 51%로 44%에 그친 오바마를 7%포인트 앞섰다. 뉴스맥스-조그비 조사에서도 48%로 오바마(42%)를 눌렀다.

힐러리는 당초 지지율이 20%포인트가량 앞선 상태에서 펜실베이니아 선거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해 막판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오바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걸로 예상하지 않지만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며 지지율 격차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갤럽 조사 결과 오바마는 전국 지지도에서 49%로 힐러리(42%)를 7%포인트 앞섰다. 대의원 수에서도 1644명으로 힐러리(1498명)를 크게 앞서고 있다(CNN 기준, 수퍼대의원 포함). 영화 ‘화씨 9·11’을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도 오바마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