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카드 값을 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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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고, 물건 값을 할부로 나누어 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신용카드는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한 번 연체되기 시작하면 카드 값을 메꾸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 또한 카드의 특징 중 하나다.

“구멍 난 카드 값을 메꾸다” “빈칸에 정답을 메꿔 나가다” “부상 공백을 메꾸다”와 같이 ‘뚫려 있거나 비어 있는 곳을 막다,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우다’의 의미로 ‘메꾸다’가 쓰이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메꾸다’는 우리말 규정에 어긋난 말로, ‘메우다’가 표준어다.

“하수도 구멍이 메다” “밥을 급히 먹으면 목이 메다” 등의 문장에서 ‘뚫려 있거나 비어 있는 곳이 묻히거나 막히다’를 표현할 때 ‘메다’를 쓴다. 또 “마당이 메어 터지게 사람들로 꽉 찼다”와 같이 ‘어떤 장소에 가득 차다’를 의미할 때도 ‘메다’가 쓰인다.

‘메우다’는 ‘메다’에 사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우-’가 붙은 형태다. ‘깨우다/비우다/새우다/피우다’ 등이 그런 예다. 우리말에 ‘-꾸-’라는 사동형 접사는 없다. 따라서 “카드 값을 메우다” “빈 칸을 메우다” “부상 공백을 메우다”와 같이 써야 한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계획 없이 카드를 쓰다간 통장에 구멍 나기 십상이다. 매번 메우기 바쁜 카드 값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가계부만 한 것이 없으니 가계부 쓰는 습관을 들여 보는 건 어떨까.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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