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은 1989년 첫선을 보였다. 제일모직은 당시 88년 서울 올림픽 후 고급 캐주얼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이 시장에 진출했다. 93년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라는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매년 두 번의 시즌 오프 말고는 일체의 세일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 또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매장)를 열었다.
빈폴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해지면서 빈폴 레이디스·빈폴 액세서리·빈폴 골프·빈폴 진·빈폴 키즈·빈폴 스포츠·빈폴 옴므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빈폴은 컴퍼니(사내 회사) 제도를 채택해 각 브랜드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 패션 시장이 빨리 변하는 만큼 스피드 경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 브랜드들의 추격도 매섭다. 패션 산업은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수성이 어렵다. 빈폴의 브랜드 확산 전략은 충성도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빈폴은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뉴욕·밀라노·도쿄에 디자인 센터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