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그라운드 제로’ 찾아 희생자 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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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일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의 추모의 연못 앞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도하고 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미국 체류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다. 그는 방탄차를 타고 무너진 북쪽 타워 근처까지 간 뒤 차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묵도했다. 기념 촛불에 불을 붙인 뒤 교황은 “폭력적인 세상에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했고, 성수를 현장에 뿌리며 축성했다. 그는 “증오로 가득 찬 이들의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 주소서”라고 축원했다. 교황은 현장에 초대한 24명의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 구조요원들을 위로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도 현장에서 교황을 맞았다. 교황은 이날 오후 뉴욕 양키스 야구장에서 미사를 주재했다.

교황은 하루 전인 19일 밤 뉴욕 북부 양커스 성요셉 신학교에서 2만5000여 명의 젊은이에게 연설했다. 그는 “나의 10대 시절은 자신들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믿었던 사악한 정권에 의해 훼손당했다”며 “나치는 괴물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14세 때인 1941년 나치 독일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강제로 가입해 활동한 경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나치 정권은 교육과 정치는 물론 종교에까지 침투했다”며 “여러분의 조부모님들 가운데 상당수도 그러한 테러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민주주의의 성장과 인권 존중 의식이 확산하면서 여러분은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됐다”며 “자유를 만끽하는 동시에 신앙심을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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