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市·LG市의 탄생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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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터넷기업 다음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할 계획이다. 또 경기도 파주에는 LG가 액정화면 공장 건설과 함께 주변을 기업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도 충남 아산에 기업도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시처럼 삼성시.LG시가 탄생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업의 지방 이전이나 기업도시 건설은 민간이 앞장선 지방화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면서도 스스로 지방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적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개별 기업이나 개인들이 스스로 옮겨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직장뿐 아니라 교육이나 문화시설 등 복합적인 환경 때문이다. 단순히 고용기회만 지방으로 옮겨서는 지방분산 효과가 미미하다. 지방에 발령이 나도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가는 기러기 가장들이 좋은 예다.

기업들이 지방 이전을 하고 싶어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우수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제주도로 본사를 옮길 예정인 다음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투자를 가장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직장과 함께 주거.교육.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우수한 인력과 가족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제주도도 다음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도시 건설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는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의 지역에 기업도시를 건설할 것을 권하는 반면 기업들은 대부분 이 지역을 원한다. 또 기업들에 도시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도 합의가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도시 건설이 실현된다면 굳이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수도를 이전하지 않아도 국가 균형발전이 부드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험해 볼 만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