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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30개월 미만 우선 수입 … 연령 제한 단계적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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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18일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정부 과천청사에서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쇠고기 시장을 대폭 풀었다. 양국의 현안을 풀면서 미국에 커다란 방미 선물을 준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리의 의지도 분명히 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다음달 중순 이후에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제한 없이 들어오던 2003년 말(광우병 파동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과거에 많이 찾았던 LA갈비나 T본 스테이크처럼 뼈가 붙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당장은 생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이 강화된 동물사료 금지 조치를 공포하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도 들어오게 된다.

◇LA갈비 들어온다=양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따른다는 데 합의하면서 협상의 속도를 높였다. 2006년 합의 때는 수입 대상을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외한 살코기’로 제한했다. OIE 기준과는 다른 조건이었다. 목심살·꽃등심살·안심살·우둔살·부채살·아롱사태·차돌박이 등 29개 부위만 수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지난해 5월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인정받은 점을 강조했다. 미국 측은 현재 전 세계 117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고, 이 가운데 96개국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웠다. 이 중 4개국은 미국이 지난해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받은 후 수입을 재개했다.

한국 측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맞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지위를 받은 것은 광우병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SRM만 제거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협상의 득실=인하대 경제학과 정인교 교수는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위해서라도 쇠고기 시장 개방이 불가피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킬 것은 지킨 협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 맞춰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이 손해본 협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많이 내주고 받는 것은 별로 없는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이후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바로 수입을 중단하지 못한다. OIE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해제할 경우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다만 수입 쇠고기에서 SRM이 발견되면 즉각 반송 또는 폐기하고, 같은 작업장에서 이런 사례가 2회 이상 발생하면 해당 작업장에 대한 선적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우리 측이 요구했던 삼계탕과 한우 수출을 위한 검역 완화에 대해서도 확실한 약속을 받아 내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글=손해용·이진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특정위험물질(SRM)=광우병이 걸린 소에서 만들어지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검출되는 부위를 말한다. 뇌·눈·척수·척주·머리뼈·편도·회장원위부(작은창자 끝부분) 등이다. 프리온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이런 부위를 인간이 먹으면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광우병은 풀을 먹는 소에게 뼈·내장 등을 갈아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였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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