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곡물 수입 ‘돌려 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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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 곡물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실 작황, 외환 부족에 곡물가 급등까지 겹쳐 ‘식량 3중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입수한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11월∼2008년 2월 4개월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은 14만7562t(4142만4000달러)이었다. 1000달러당 3.56t의 곡물을 사들인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00달러당 4.2t을 살 수 있던 데 비해 15%나 줄어든 것이다. 당시엔 1628만5000달러로 곡물 6만8353t을 살 수 있었다.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북한이 겪는 곡물가 급등의 실제 부담은 15% 이상”이라며 “수입 곡물의 종류를 비교하면 북한의 절박한 상황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외환이 부족한 북한이 국제 곡물가가 치솟자 ‘곡물 돌려 막기’로 수입량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 이후 4개월과 1년 후의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북한은 쌀·밀·옥수수·콩 중 가장 싼 옥수수의 수입 비중을 11.8%에서 36.4%로 대폭 늘렸다.

반면 가격이 급등해 남한에서도 물가 상승 파동을 가져온 밀의 수입 비중은 57.3%에서 27.6%로 줄였다.

곡물을 사들이기 위한 부담이 늘자 ‘고급 식품’ 수입도 줄었다.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631만7000달러어치의 돼지고기를 사들였던 북한은 올 2월엔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사과·배의 과일 수입액도 지난해 2월 20만3000여 달러에서 올 2월 7만9000여 달러로 40% 가까이 줄었다.

고급 식품 중 유일하게 수입이 늘어난 것은 핵심 계층만이 즐기는 냉동 쇠고기 정도다. 지난해 2월 1만3000여 달러어치를 사들였는데 올 2월엔 6만2000여 달러어치로 늘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국이다. 통일부는 연간 550만t을 북한의 생존 마지노선으로 추산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작황은 재작년에 비해 50만t 줄어든 400만t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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