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의혹’ 전·현직 검사들 “오명 벗어 다행 … 향후 대응 검토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른바 ‘떡값 검사’ 의혹에 대해 조준웅 특검이 내사 종결하자 그동안 삼성 측의 로비 대상자로 거론됐던 5명의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은 ‘사필귀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근거 없는 폭로로 마음고생이 심했었는데 이제야 오명을 벗게 됐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특검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오세인 대변인을 통해 심경을 피력했다. 다산 정약용이 편찬한 『이담속찬』에 나오는 한자성어를 인용해서다. ‘관정지수 필류족저(灌頂之水 必流足底)’가 그것. ‘정수리에 부은 물은 반드시 발 밑으로 흐른다’는 뜻이다. 오 대변인은 “모든 일은 순리대로 제 갈 길로 가기 마련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임 총장에 대한 김씨의 주장은 “2001년 직접 임채진 검찰총장을 삼성의 관리대상에 넣었고 삼성 임직원 이모씨가 관리자였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그러나 특검에서는 “2004년에 이씨가 관리자임을 알게 됐다”고 진술을 바꿨다. 결국 특검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임 총장은 김씨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오 대변인은 전했다.

오 대변인은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특검의 수사결과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가로 수사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특검 수사로 모든 게 종결됐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이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있을 때인 지난해 11월 중순 김 변호사가 임 총장과 이귀남 당시 대검 중수부장(현 대구고검장)의 실명을 공개했었다”며 “지난 5개월여 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했으나 이제는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필귀정이다. 향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김 변호사의 주장 자체가 서로 모순돼 이런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측근에게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이 김 변호사와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은 김씨가 실명을 거론했을 때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이날 수사 결과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