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하키, 공포의 외국인 저승사자 특급 분석관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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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자하키 대표팀이 호주 4개국 대회 참가를 위해 20일 출국한다. 출국자 명단에는 카멜 볼라히아(50·사진)라는 낯선 이름이 있다.

조성준 남자하키 대표팀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모신 알제리 출신 경기분석관이다.

볼라히아는 스위스 대표팀의 피지컬 코치, 중국 남자 대표팀과 아제르바이잔 여자 대표팀의 경기 및 전략 분석관 등으로 20년째 국제 하키 무대를 누비고 있다. 조 감독은 “비디오 분석은 물론 선수들의 재활 트레이닝, 상대 팀의 전력 분석 등에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에 첫발을 디뎠지만 국제 대회를 통해 익히 한국 하키를 접한 볼라히아는 한국 대표팀을 “선수 저변은 넓지 않지만 빠르고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 수준이 높은 팀”이라고 평했다.

입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악명’을 떨치고 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해 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강성종은 볼라히아와 함께 혹독한 재활 트레이닝을 며칠 한 뒤 조 감독을 찾아와 “차라리 깁스를 풀고 팀훈련에 합류하고 싶다”고 읍소할 정도다. 피지컬 트레이닝보다 조 감독이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상대 팀의 페널티 코너 방식 등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는 비디오 분석이다. 각국에 뻗어 있는 정보망을 통해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강호들의 전력을 한 꺼풀 더 벗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 감독은 “배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히딩크가 성공을 거둔 것은 비디오 분석관 고트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지닌 피지컬 트레이너 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하나라도 더 도움을 받기 위해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하키는 2006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일찌감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볼라히아 분석관의 도움이 한국 하키에 금색깔을 입혀줄지 궁금하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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