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점수따기 자원봉사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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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원봉사란 시민사회라는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힘의 원천이다.자신 보다는 남을 생각하고,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줌의 보탬이 되며,어렵고 힘든 일은 내가 먼저 한다는 봉사정신의 자발적실천이다.이를 교육을 통해 생활화하자는게 자원봉 사의 내신성적반영이다.서울교육청은 이런 취지에서 내년 중학1학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1년에 40시간으로 의무화하고 내신 8%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현실적용에서 왜곡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기미를 보이고 있다.방학을 맞아 중.고생들이 방학숙제를 위해 복지기관과 동사무소로 몰려가 북새통을 이루고,형식적 확인증을 받기 위해 학부모까지 동원돼 성화를 부린다고 한 다.내년부터 자원봉사가 본격 점수화될 때 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봉사확인증을 받기 위해 치맛바람이 동원되고,금품수수까지 예상할 수 있다.이렇게 되면 원래의 좋은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과 문제점만 남게 된다.
먼저 학부모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자원봉사란 점수를 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현장학습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키우는 좋은자녀기르기 운동이라는 공감대로 확산돼야 한다.부모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즐겨 찾아 실천하는 봉사 정신의 생활화가 되도록 권장하고 북돋울 일이다.
교사들의 자세도 전환돼야 한다.귀찮은 잡무가 늘었다고 방관할게 아니라 자원봉사를 할만한 대상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참해지도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단순히 양로원.동사무소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확인증을 받아오라고 지시만 한다면 자원봉사의 본래취지를 살릴 수 없다.
정부도 막연히 자원봉사를 내신성적화하겠다는 방침만 세울게 아니다.학생들이 어디서 어떤 봉사를 할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다행히 문화체육부가 내년에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구상중이다.교육부와 문체부가 공동으로 YMCA.보이스카 우트 등 민간 봉사단체들과 연계해 봉사활동의 프로그램 개발과 대상기관,그리고관리체계등을 면밀히 짜야 한다.좋은 정신,훌륭한 교육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학부모.교사.정부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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